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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리의 자화상' 백남준 '브람스'…국립현대미술관 상설전

등록 2025-06-25 16:02:09

과천관서 '한국근현대미술 II' 개막

김환기~이불까지 70명 110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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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과천관 3전시실 입구에 선보인 백남준의 '브람스'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관이 선보이는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2부)는 로봇을 닮은 ‘얼굴’로 시작해 같은 얼굴로 끝난다. 서막과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은 백남준(1932~2006)의 '브람스'(1993). 기계적 형상 속에 인간적 감각을 이식한 이 조형물은 20세기 후반 한국미술사를 압축한 11개 소주제 사이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안내자처럼 이끈다.

전시는 작가 70여 명, 110점의 작품을 통해 전쟁·산업화·민주화로 이어진 격동기를 조망한다. 이 가운데 17점은 ‘이건희컬렉션’이다. 각 섹션은 ‘정부 수립과 미술’,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등 시대·미학적 화두로 짜였다.

◆ 브람스와 비트, 얼굴 없는 연주
3전시실 입구에서 맞이하는 '브람스'는 두 대의 첼로, 바이올린, 세 개의 CRT 모니터, 형광 네온, 붓글씨, 키보드, 색면 회화를 겹겹이 얽어 만든 복합 오브제다. 영상 채널은 소리를 삭제한 채 반복 재생되지만, 작품은 여전히 무언가를 ‘연주’한다-기억이자 질문이며, 기술로 재조합한 인간의 몸이다.

‘브람스’라는 고전의 이름을 호출했지만, 백남준의 관심은 과거 복원이 아니라 ‘지금 여기’ 기술과 인간의 관계 재점검에 있다. 그는 비트와 픽셀 위에서 “소리를 본다는 것”과 “본다는 것의 의미”를 실험한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악기 배열은 멀리서 하나의 얼굴처럼 보인다. 기계의 얼굴을 한 인간, 인간의 감각을 품은 기계-작품은 말없이 묻는다.

“이 기계는 정말 당신의 얼굴을 닮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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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백남준 '브람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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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와 향기로 더욱 몰입감을 높인 윤형근 작가의 방.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국근현대미술 II'…작가의 방, 감각으로 해석된 미학 눈길
전시의 체험형 공간 ‘작가의 방’은 이번 상설전의 백미다. 김환기 공간에는 맞춤형 향(수토메 아포테케리 협업), 윤형근 공간에는 음악감독 정재일이 큐레이션한 플레이리스트가 더해져 후각과 청각이 시각적 경험과 중첩된다.

이번 전시는 예술이 어떻게 인간의 감각을 구성하고 확장하는지를 공간 자체가 보여준다. 상설전은 일부 작품과 공간을 순환 배치하며 향후 2년간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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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MMCA 과천 상설전'한국근현대미술 II'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김성희 관장은 “앞서 개막한 1부와 함께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망하는 상설전을 통해, 국내외 관람객에게 한국미술의 역사와 가치를 전하고, 동시대 한국미술의 근원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3000원(과천관 통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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