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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과 쇼룸 사이…일민미술관, 여름 특별전 '시대복장'

등록 2025-05-30 09:15:48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 HYEIN SEO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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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킴, 흔적들 Traces,2025, Sun-bleached coat 22pcs, fabric, wood, dimensions variable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술관에 패션이 들어섰다.

빛에 바랜 검은 코트가 반원형으로 늘어서고, 디지털 아치 구조물이 공간을 가른다. 서랍이 열린 벽에는 스케치와 천 조각이 흘러나온다.

단순한 의복이 아닌 감각과 정보, 퍼포먼스의 구조로 구성된 쇼룸 같은 전시가 열린다.

일민미술관(관장 김태령)은 30일부터 패션을 다루는 여름 특별전 '시대복장 Iconclash: Contemporary Outfits'을 선보인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 패션 스튜디오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PAF), HYEIN SEO가 참여했다.

전시의 부제 ‘아이콘클래시(Iconclash)’는 기호의 충돌, 상징의 재구성을 뜻한다. 세 스튜디오는 각자의 방식으로 ‘옷’이라는 매체에 담긴 시간성, 정보성, 조형성을 시각화한다.

일민미술관은 “최근 미술관과 쇼룸이 점차 비슷해지는 경향은 미술과 패션이 공유하는 동시대 문화의 특징을 반영한다”며 “이번 전시는 감각과 구조, 정보와 조형이 교차하는 접면에서 미술관의 역할과 패션의 미학을 재조명한다”고 밝혔다.

전시에 포함된 설치, 영상, 아카이브 등은 모두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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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시실의 지용킴은 자연에 옷감을 노출시켜 시간의 흔적을 입히는 ‘선블리치(Sun-Bleach)’ 기법을 중심으로 설치 작업을 구성했다. 신작 '흔적들(Traces)'(2025)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빛에 노출된 검은 맥코트 22벌을 반원형 목재 구조물에 설치해,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시간성을 시각화한다. 외벽 현수막 또한 같은 기법으로 제작돼 전시장 전체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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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 아카이브의 무지개 Rainbow of the Archives, 2025, 12-channel digital 4K video (color,
sound), powder-coated steel, archival data (2016―2025), 60×1040×290cm *재판매 및 DB 금지


2전시실의 포스트아카이브팩션(PAF)은 브랜드의 핵심 키워드인 ‘아카이브’를 조형 언어로 전환한다. '아카이브의 무지개'(2025)는 12채널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2016년부터 수집한 미공개 브랜드 영상을 조합해 구성했다.

'패턴의 바다'(2025)는 의복 패턴을 확장해 전시장 바닥 전체를 점유하는 구조물이다. 조형과 정보, 패션과 시스템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카이브의 재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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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 투망 Casting the Net, 2025, Anodized aluminum, powder-coated steel, stainless
steel, wire, hangers, garments, dimensions variable *detai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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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IN SEO, 프로세스 보드 Process Board, 2025, mixed media, racks 4 pcs, 80×300×220cm each *재판매 및 DB 금지


3전시실의 HYEIN SEO는 지난 10년간의 작업과 자료를 개방형 수장고처럼 보인다. '프로세스 보드'(2025)는 스케치, 드로잉, 이미지 등을 임시적 분류 체계로 배치한 리서치 보드이고, '작품점검표'(2025)는 이를 색인화한 월 그래픽 작업이다.

특히 프로젝트 룸에는 HYEIN SEO의 의상을 착장한 도슨트가 상주한다. 이들은 전시 운영을 맡은 스태프이자, 의복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비로소 패션으로 완성하는 퍼포머다. 관람료는 7000~9000원. 전시는 7월 20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