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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분기 국내 경매 결과. 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KAAAI)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2025년 1분기 국내 미술시장 낙찰총액이 전년 대비 31.8% 급감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KAAAI)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내외 미술시장 동향을 종합한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9개 주요 경매사의 총 낙찰총액(수수료 미포함)은 261억 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8% 감소했다.
특히 10억 원 이상 낙찰작은 단 한 점도 나오지 않았고, 출품 수와 평균 낙찰가, 낙찰률 모두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시장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카이(KAAAI)는 "한국은행은 1분기 경제전망에서 국내 성장률을 1.6~1.7%로 낮췄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정치 불안 사태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미술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서울옥션 ‘반토막’…케이옥션은 상승
서울옥션은 209억 원에서 89억 원으로 약 57.1% 감소했다. 오프라인 경매 횟수는 3회에서 1회로 줄었고, 오프라인 낙찰총액은 80% 넘게 하락했다. 반면 케이옥션은 132억 원으로 12.9% 상승했다. 낙찰 수는 줄었지만 평균 낙찰가는 약 2.3배 오르며 실적을 견인했다. 아이옥션도 16.4% 증가한 9억 원대를 기록했다.
기타 경매사는 대부분 하락세였다. 마이아트옥션 -32.1%, 에이옥션 -27.8%, 칸옥션 -32.5% 등으로, 출품 수와 낙찰 수, 평균 낙찰가 모두 감소했다.
◆낙찰률은 정체, 평균 낙찰가는 '양극화'
전체 낙찰률은 49.8%로, 전년(50.8%)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서울옥션(51.8%)과 케이옥션(49.6%)은 소폭 상승했지만, 마이아트옥션은 38.0%로 급락했다. 칸옥션은 66.7%로 가장 높았다.
평균 낙찰가에서는 케이옥션이 1,255만 원에서 2,881만 원으로 껑충 뛰었고, 마이아트옥션도 상승했다. 그러나 서울옥션은 3,485만 원에서 1,305만 원으로 큰 폭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 ‘낙폭 둔화’ 속 회복 조짐
글로벌 주요 경매사(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는 1분기 총 낙찰총액이 약 10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이는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분기 실적이지만, 하락세가 완화되며 바닥 다지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낙찰 건수는 전년 17,872건에서 20,954건으로 17.2% 증가해 유동성 회복 기대를 높였다. 다만 온라인 경매 부문은 거래가 오히려 줄며 성장 한계를 드러냈다.
◆경매는 이제 ‘가치 설계 플랫폼’
최근 경매사는 단순 거래 플랫폼에서 벗어나 예술적 가치를 재정의하는 ‘문화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소더비는 베니스 비엔날레 작가를 후원하고, 아트바젤 기간 중 전시를 기획하는 등 시장가치 형성에 앞서 예술적 맥락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시장 논리보다 제도권 평가를 우선시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관심은 여전'…예술 향유의 끈은 남아
고가 거래는 실종됐지만, 미술관은 여전히 문전성시다. 수치와 상관없이 예술을 향유하려는 대중의 관심과 애정은 살아 있다. 수집가들은 즉흥적 소비에서 신중한 선택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으며, 시장 역시 점점 작품의 의미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정준모 대표는 "2025년, 미술시장의 움직임은 확실히 가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술품 거래의 최전방에 있는 경매는 미술품을 최고가로 판매하기 위한 전략으로, 출품 작품을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다루고, 이를 미술관급 전시로 구성하는 방식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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