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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 작가' 강서경 이화여대 교수 별세…향년 48세

등록 2025-04-28 11:02:59  |  수정 2025-04-29 08: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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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작가.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돗자리 작가'로 유명한 조각 설치 미술가 강서경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가 27일 별세했다. 향년 48세.

고인은 암 투병 중에도 2023년 리움미술관에서 연 대규모 개인전(버들 북 꾀꼬리)이 마지막 전시가 됐다.  돗자리·산 등 초기작부터 신작 130점을 선보였던 전시는 각기 다른 존재들이 더불어 관계 맺는 풍경화로 울림을 전했다.  숱이 많은 곱슬곱슬 부슬부슬한 머리카락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고인은 전시 당시 "항암 치료를 하고 머리카락이 빠졌다가 다시 났는데 흰머리만 났다"며 회복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인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회화과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수많은 예술계 인재들을 배출하는 데 헌신했다.

작가로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함과 동시에 전통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해 새로운 시공간을 구축하고자 모색해 왔다. 전속이었던 국제갤러리는 "20여 년의 예술적 여정 동안 작가는 사회 속 개인에게 허락된 자리, 나와 더불어 사는 타인들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이 인지되고 관계 맺는 ‘진정한 경치(眞景)’를 늘 고민했다. 작가는 이를 위해 자신의 신체 및 개인사에서 추출한 서사적 요소들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전통적 개념과 방법론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직조하며 한국 현대미술에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고 밝혔다.

고인의 유족은 "어지럽고 혼탁한 현 세상에서, 강서경 작가는 우리가 꼭 간직해야 할 ‘아시아적 가치’를 맑은 영혼으로 지켜내고 이를 예술로 승화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했다"면서 특히 "작가가 자신의 할머니를 추억하며 제작한 대표작 '그랜드마더타워'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할 전통과 공동체의 가치를 섬세하게 담아낸 강서경의 예술 세계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고인의 대표작으로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기호를 참조하여 사각과 격자 형태를 띤 '정井',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지칭하는 단어인 '모라(Mora)'의 개념에서 착안, 이에 시간을 담고 서사를 쌓아올리는 회화 작품의 단위로 치환한 '모라',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에서 춤을 추는 공간의 경계가 되는 화문석에서 착안된 '자리' 등의 작품군이 있다. 고인은 '그랜드마더타워', '좁은 초원', '둥근 유랑' 등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한편,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산', '귀', '아워스', '기둥', '바닥' 등 변주된 형식의 다양한 조각 설치 작품군으로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시도했다.

베니스 비엔날레(2019), 상하이 비엔날레(2018), 리버풀 비엔날레(2018), 광주비엔날레(2018, 2016),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6), 'Groupe Mobile'(빌라바실리프, 파리, 2016),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2018년 아트 바젤(Art Basel)에서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실. 발인은 30일 오전 8시2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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