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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는 자기 모습 없는 자화상"…설원기 '작품 설명'展

등록 2025-04-07 17:01:10  |  수정 2025-04-07 17:36:00

이화익갤러리서 9일부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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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익갤러리에서 설원기 개인전이 9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품은 무엇이 보인다는 것 보다 어떻게 보는 게 더 중요하다."

화가 설원기(74)는 작품 설명을 요구한 지인(컬렉터)덕분에 이번 전시는 제목을 아예 '작품 설명'으로 달았다. 가끔 듣는 질문으로 평소엔 답을 피하는 편이었지만, 진지하고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장문을 설명 글을 보낸 바 있다고 했다.

추상화. 무엇을 보아야 할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설원기 화백은 "추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의 익숙함에 충격을 주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추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고, 추상 작품을 대할 때 이러한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길 바란다"는 그는 “'어려움의 자연스러움'을 이번 전시에서 경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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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4 90X120 cm Oil on Canvas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1970년대부터 꾸준히 추상 회화를 고집해 왔다. 선입견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성향일수도 있는데 그림 해석에 지나친 언어적 설명이 싫었다. 상징적 은유적 해석이나 이야기로 의미부여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물론 때로는 풍경도 그리고 정물도 그린다. 운동하기 전에 몸 푸는 행동 같기도 한데 작업하는 자세, 재료와 행위로 이루어지는 구성은 무엇을 그리던 마음+감성의 일관성이 있었으면 했다. 이렇게 하는게 내 작업의 진심이라고 생각했다."(설원기 작품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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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7일 오후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설원기 화백이 작품앞에서 환하게 포즈를 취했다. 2025.04.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 설명(Explanation of My Painting)'으로 펼치는 설원기 개인전은 오는 9일부터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추상화 25여 점을 선보인 전시는 점, 선, 면, 색채의 자유로운 리듬감이 돋보이지만, 무엇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열린 결말'처럼 보는 이의 판단에 따르는 그림으로, 이화익갤러리 대표는 "처음에는 낯설고 잘 모르지만 오래보면 볼 수록 좋아지는 그림"이라고 했다. 

설 화백은 "조형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기술적 기교를 배제한 표현의 의미를 (내가)선택하고 판단으로 이뤄졌다"며 "결국 추상화는 자기 모습 없는 자화상"이라고 했다.

"단순한 언어적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평면을 나누고, 채우고, 선을 긋는 회화의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방식 자체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마음속에 자극을 받았던 기억을 살피며 주제가 될 만한 감동을 떠올린다. 의도에 충실하기 위해 조형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기술적 기교를 배제한다. 캔버스에 선을 긋는다. 선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지 고민한다. 선을 무시하고 붓에 색감을 묻혀 활발하게 휘젓는다. 선과 붓질을 보면서 오랫동안 생각해본다. 선과 붓질의 관계를 이어주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해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다가갈지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산책하다 멈췄을 때 물의 흐름이 나뭇가지 사이보다 중요했을까? 생각과 행동을 반복한다. 더그리면 마음에 품었던 낭만이 멀어질 것 같을 때 멈춘다. 선택과 판단 과정이 일관되어야 자기만의 것이 표현된다."(설원기 작품 설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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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기 작품 설명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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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4 48X60 cm Oil on Wood 2023 *재판매 및 DB 금지


설원기 화백은 1951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다녔다. 1974년 위스콘신 주 Beloit College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1981년 뉴욕주 Pratt Institute 에서 회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작업 활동 외에도 덕성여자대학교와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예술영재연구원장,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직을 역임했다.
 
198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뉴욕, 오사카, 서울 등을 오가며 2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화익갤러리와 인연은 2001년 이화익갤러리가 개관한 해에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 년이 넘게 함께해 온 의리파 작가다. 전시는 29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