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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김병기,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커미셔너…한국 현대미술사 특기할만한 사건"

등록 2025-03-07 16:05:56  |  수정 2025-03-07 21:04:24

가나아트센터 김병기 3주기 기념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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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형국(오른쪽) 가나문화재단 이사장과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올해 첫 기획전 '김병기와 상파울로 비엔날레'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고한 태경 김병기(1916-2022)의 3주기를 기념하며, 그가 커미셔너이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1965년 제8회 상파울로 비엔날레의 6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역사적 순간을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이다. 2025.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965년 해가 한국미술의 세계화 기점이 된 것 같다."

미술평론가인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한국인 최초로 국제 미술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김병기(1916-2022)화백의 활약을 다시 회고했다.

윤 전 관장은 김 화백의 후반 인생에 함께 하며 미국에 있던 김 화백이 1986년 귀국전을 열게 한 장본인이다.

"1985년 뉴욕 체류시 뉴욕 북부 새러토에 있던 김 화백을 만났는데, 죽기 전에 서울 한번 보고 싶다고 해 작품을 모아 전시를 추진했다"며 "1986년 5월, 서울 가나화랑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20년 만의 귀국으로 미술계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윤 전 관장은 "그 인연으로 100살 기념 전시까지 열고 '100세 현역 화가'로 이름을 알린 그는 특이한 현대미술가"라며 "특히 1965년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으로 상파울로 심사위원에 위촉된 국내 최초 해외 전시 기획자"라고 소개했다.

김병기 화백은 2016년 100세 기념 개인전을 열고 2017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2019년 103세를 맞아 또 가나아트센터에서 연 개인전(Here and Now)은 마지막 전시가 됐다. 2021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2022년  106세인 3월 1일 잠이 든 채로 별세, '영원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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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내 최고령 화백인 김병기 작가가 만 103세 생일을 맞은 10일 오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여기, 지금(Here and Now)' 개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9년 신작 '산의 동쪽-서사시(Mountian East-Epic)'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DB. 2019.04.10. [email protected]

"한국이 1963년부터 참여한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전환점이 된 중요한 행사였다. 당시 한국은 근대화와 경제 성장의 흐름 속에서 미술계 또한 세계적 담론과의 접점을 모색하며 국제적 위상을 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병기가 커미셔너로 참여한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한국 미술계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김병기의 심사위원 선임, 김환기의 특별실 전시 개최, 그리고 전통 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응노의 명예상 수상은 한국 미술의 독창성과 예술적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김병기 3주기 기념전 '김병기와 상파울루 비엔날레'
7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2025년 첫 기획전으로 개막한 김병기 3주기 기념전 '김병기와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당시 한국실을 재현 한 듯 선보인 전시다.

당시 출품됐던 5점(김환기 3점, 이응노 1점. 김창열 1점)과 함께 커미셔너 김병기가 선정한 참여작가 7인(이응노, 김종영, 권옥연, 이세득, 정창섭, 김창열, 박서보)작품이 전시됐다. 대부분의 비엔날레 출품작들이 망실된 상황에서 당시 출품작의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참여 작가들의 1960년대 작품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윤 전 관장은 "아카이빙에 충실했던 박서보 화백의 작품도 찾지 못했다"면서 당시 가난했던 화가들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당시 김환기는 특별초대전에 14점을 출품했는데 전시 후 운송비를 내지 못해 작품을 뺐겼고, 대부분의 유화 작품이 망실된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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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보름 가나아트 전시 기획 총괄이 7일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올해 첫 기획전 '김병기와 상파울로 비엔날레' 전시 작품 'Echo-1'(김환기 작가의 제8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출품작)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고한 태경 김병기(1916-2022)의 3주기를 기념하며, 그가 커미셔너이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1965년 제8회 상파울로 비엔날레의 6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역사적 순간을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이다. 2025.03.07. [email protected]


이번 전시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김환기 3점과 이응노, 김창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윤 전관장은 "이번 전시가 65년 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라는 사건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 김병기의 위상에 대해 재고하고,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분산된 사실들을 연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특기할 사항은 내가 심사위원으로 선임되었다는 점이다. 70여 명의 커미셔너 가운데 심사위원 15명을 뽑았다. 그 명단에 내 이름이 끼었다는 것, 즉 국제전 최초의 한국인 심사위원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심사위원으로 선임되니 나를 대하는 참가 작가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듯했다. 그랑프리를 의식하기 때문이었다. 개막 전야에 파티는 성대하게 치러졌다. 특히 바넷 뉴먼, 프랭크 스텔라 등이 참가한 미국의 파티는 화려했다.”(김병기)
김병기의 이름은 1960년대 초반부터 정부차원에서 시작된 국제전 참여와 관련된 기록에서 다수 등장한다. 독특한 점은 김병기가 이러한 행사들에 작가가 아니라 예술행정가 역할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1945년 해방되고부터 1965년 도미하기까지 꼬박 20년간 나는 미술 행정의 일선에서 ‘봉사’했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기존의 관습을 탈피하고, 지금의 다양성과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케 한 한국 현대미술의 기틀을 세우는 데 김병기의 노력이 지대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제전과 관련된 김병기의 활약은 1961년부터 확인할 수 있다. 그때 정부(문체부)는 김병기를 1961년 ‘제2회 파리 비엔날레’ 커미셔너로 선정했다. 당시는 국제전 참가 경험이 전무하여 구체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했지만 정부는 커미셔너를 ‘선정’하는 것 이외에는 적극적 지원이 없었다.

결국 파리 현지와의 소통이나 해외 이동 절차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파리 현지에 있는 박서보와 평론가 이일에게 커미셔너 역할을 넘기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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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가나아트와 가나문화재단은 7일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올해 첫 기획전 '김병기와 상파울로 비엔날레'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주요 자료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고한 태경 김병기(1916-2022)의 3주기를 기념하며, 그가 커미셔너이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1965년 제8회 상파울로 비엔날레의 6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역사적 순간을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이다. 2025.03.07. [email protected]

 
2년 뒤 열린 제7회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도 김병기의 역할이 확인된다. 한국은 이 때가 상파울루 비엔날레 첫 번째 참가였다. 이 행사 역시 정부가 한국미술가협회(한국미협)에 진행을 일임, 미협 이사장이 당연직으로 커미셔너가 되었다.
1963년 제7회 비엔날레에는 당시 이사장이었던 김환기가 커미셔너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김병기는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서문을 썼다. 이 서문은 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도록에 수록되어 있다.
  
다음해 1964년, 김병기는 한국미협 이사장으로 당선되고 당연직으로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커미셔너를 맡게 된다. 그렇게 커미셔너 자격으로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가한 김병기는 현지에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이는 한국인이 국제 미술전에서 심사위원으로 선임된 최초의 사례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특기할만한 사건이다.

“당시 한국미협 이사장은 당연직으로 비엔날레 커미셔너가 되었다. 나도 이사장 자격으로 전임 김환기 이사장처럼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커미셔너를 맡았다.나는 출품작가로 우선 나보다 한 세대 아래인 박서보, 김창열, 정창섭을 선정했다. 그들은 현대미술운동에 앞장섰던 화가들이어서 국제현대미술전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현대미술만 배려했다고 항의하기에 권옥연과 이세득을 추가했다. 그리고 조각의 김종영과 전통회화의 이응노를 선정했다.”(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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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가나아트와 가나문화재단은 7일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올해 첫 기획전 '김병기와 상파울로 비엔날레'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전시 작품 '제사/Rite Y-9'(김창열 작가의 제8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출품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고한 태경 김병기(1916-2022)의 3주기를 기념하며, 그가 커미셔너이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1965년 제8회 상파울로 비엔날레의 6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역사적 순간을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이다. 2025.03.07. [email protected]

이번 전시는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가 개최된 1965년을 기준으로 당시 출품작을 포함, 작가마다 1960년대 초·중반 시기의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장 1층 ‘김병기의 예술 세계’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 태경 김병기(1916-2022)의 106년 일대기를 보여준다. 도미 이후 1970년대부터 말년작까지 작품 10여점을 전시했다. 1970년대 미국 사라토가 시절 미공개 드로잉 작품 공개와 함께  생전의 영상자료와 1950-60년대 잡지와 도서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

2전시장과 3전시장에서는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김환기(특별실, Sala Especial), 이응노(명예상), 김종영, 이세득, 권옥연, 정창섭, 김창열, 박서보 총 8인의 작품을 통해 그 역사적 순간을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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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보름 가나아트 전시 기획 총괄이 7일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올해 첫 기획전 '김병기와 상파울로 비엔날레' 전시 작품 'Echo-1'(김환기 작가의 제8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출품작)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고한 태경 김병기(1916-2022)의 3주기를 기념하며, 그가 커미셔너이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1965년 제8회 상파울로 비엔날레의 6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역사적 순간을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이다. 2025.03.07. [email protected]


가나아트와 가나문화재단은 "이번 전시가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무대에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을 되짚고, 당대 작가들이 펼쳐 보인 예술적 도전을 재조명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전시와 연계하여 학술 세미나를 오는 22일 오후 2시, 가나아트센터 3층 아카데미홀에서 개최한다. 김병기와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과 김병기 미술세계의 특징을 조망하는 자리로, 김영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기혜경 홍익대학교 교수가 발표자로 나선다. 이번 학술 세미나는 사전 접수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전시는 4월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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