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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겸, Space of Emptiness, 2000, steel, 78 x 57 x 15.5 cm (c)Kim San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 작품이 어떠냐"
아버지는 늘 물어봤다. 작품을 만들기 전이나 전시를 하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누나, 나는 아버지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새벽 2~3시에 잠을 자기 일쑤였다."
전시를 앞두고 대구에서 만난 추상 조각가 故 김인겸(1945-2018)의 아들 김 산은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작가 이름만 쓰면 안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였다"며 "제 아버지는 '작품과 함께 했던 작가'로 제 기억에 존재한다"고 했다.
김인겸 작품에 지분이 있는 아들 김산이 사진가가 됐다면, 누나 김재도는 아버지 영향을 크게 받았다. 미술비평가이자 전시기획자로, 홍익대학교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딸 김재도는 아버지 김인겸의 전시를 대구에서 20년 만에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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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조각가 아버지 김인겸의 전시를 대구에서 20년만에 기획한 딸 김재도와 아들 김산. 아버지가 2004년에 제작한 작품 'Emptiness'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025.03.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조각된 종이, 접힌 조각'을 전시 타이틀로 우손갤러리 대구에서 오는 6일부터 선보인다. 김인겸이 1996년 퐁피두 센터의 초대로 파리에 정착하여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변화된 양상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1990년대 말 등장하기 시작한 '빈 공간(Emptiness)' 시리즈 작업이 주를 이룬다. 종이에서 시작된 탐색이 조각의 형식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평면 데생의 방식으로 실현되며 조각과 데생의 언어를 상호 치환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불어 설치 형식의 '프로젝트' 시리즈에 해당하는 1995년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작과 1992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 전시작 영상 및 아카이브도 공개한다.
한국현대미술사에 있어 건축적이고 장소특정적 설치미술의 선구적인 예로 평가되는 두 작품의 영상과 자료를 통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초대 작가로 위상을 높인 작가의 신박한 전시 장면과 지금과는 다른 초기의 한국관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 나는 물감도 접고, 종이도 접고, 철판도 접는다. 그리고 공간을 만든다. 빈 공간을, 마음도 한쯤 접어놓고 텅 비어진 기분이다.김인겸 (파리 퐁피두 스튜디오에서,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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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우손갤러리 대구에서 펼치는 김인겸 개인전 전경. 2025.03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우손갤러리 대구 '조각된 종이, 접힌 조각'전
7m 층고의 우손갤러리 대구 전시장은 김인겸 조각의 아우라를 한층 부각한다. 철판을 접고 자르고 구부린 조각 작품들은 넓고 높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공명한다.
2000년대 도입한 스테인리스 스틸, 블랙 미러를 사용해 면을 통한 입체적인 실험이 두드러지는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1999-2006년 시리즈, 스테인리스 스틸에 도색을 통한 색채의 사용이 시도되고, 매스, 중량감의 최소화가 더욱 강조되어 평면에 가까운 형태의 입체 실현이 정점에 이르는 2007년 이후 'Space-Less'시리즈다.
쇠덩어리의 갖가지 해석의 번잡스러움에서 자유로워진 조각은, 조형의 세계는 복잡한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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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겸 Space-Less, 2016, acrylic ink on paper, 79 x 109 cm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번 전시를 기획한 딸 김재도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자신이 면을 가지고 입체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면서 "면은 그 자체로 서 있을 수 없지만 '접기'라는 단순한 행위 만으로도 접어서 펴면 설 수 있게 된다"며 종이를 접어 보였고, 또 "면을 둥글게 말거나 접고 찢어서 다시 접거나 하면 입체가 된다"며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설명했다.
김인겸 작업의 정수가 딸을 통해 구현된 이번 전시는 ‘접기’와 ‘그리기’라는 평면적 창조 행위로 조각의 조형 언어가 무엇인가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전시는 4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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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인겸 *재판매 및 DB 금지 |
◆조각가 김인겸(金仁謙, 1945-2018)은?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부터 '한국현대조각회전'에 꾸준히 참여했다. 1980년 '환기 08-80'으로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1997년 가나미술상, 2004년 김세중 조각상을 수상했다. 1988년첫 개인전 '묵시공간 RevelationalSpace'을 시작으로 15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 Project21-NaturalNet'를 출품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100주년을 맞아 한국관이 건립된 해로, 독립국가관 건립 첫 해 대표작가로서 한국관 내중앙 원형 전시장 전체를 작품의 요소로 끌어들인 건축적이고 장소특정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여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1996년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초대로 도불하여 2004년까지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2017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회고전 '김인겸, 공간과 사유'는 2018년 작가의 작고로 그의 생애 마지막 개인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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