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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안내문까지' 경복궁역 십장생도 틀린 설명 망신…공사 "정비하겠다"(종합)

등록 2025-02-26 14:29:06

3호선 경복궁역 십장생도 벽화 설명 틀려

작품 설명에서 십장생 나열하며 '돌'을 '들'로

영어 설명에도 stone 대신 plain 적어 망신살

공사 "정비하겠다…더 세심한 노력 기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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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복궁역 십장생도 명판. 2025.0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있는 화강석 조각 벽화 '십장생도' 설명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현재 경복궁역 지하 1층 5번 출구 쪽 맞이방에는 이일영 작가가 1985년 화강석으로 조각한 십장생도 벽화가 있다.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작품 아래에는 짙은 회색의 명판이 붙어 있고, 이 명판에는 '십장생도'라는 제목 아래 작품 설명이 적혀 있다.

작품 설명에는 '예로부터 영원한 생명과 축복을 상징하던 십장생(해, 산, 물, 들,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을 조각해 조국과 민족의 영구한 번영과 발전을 기원하도록 하였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문제는 십장생에는 '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십장생'이란 예로부터 오래 산다고 믿어왔던 10가지로 불로장생의 상징물이다. 십장생은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다.

십장생에 대나무나 복숭아가 추가돼 12장생도를 그리거나 또는 달, 국화, 연꽃, 포도를 추가해 그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들을 넣는 경우는 없다.

단순 오타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글 설명 옆에 영문 설명이 있는데 여기에는 'stone(돌)' 대신 'plain(들)'이 적혀 있다.

돌은 십장생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십장생도에서 대나무가 뿌리를 박고 있는 괴암기석은 '목숨 수(壽)'를 뜻하기 때문에 축수(祝壽·오래 살기를 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정은(성균관대 예술철학박사)은 '조선시대 십장생 상징에 내재된 철학적 사유-도교적 철학 사유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대우주 속에 거대한 산을 정원에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괴석(돌)을 사용했다"며 "서경에 우공에게 바쳐진 공물로 괴석이 기록돼 있는 것을 보면 괴석은 권력과 영속성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시민은 이 오자를 지적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서울시를 상대로 "십장생 10종류 중 하나인 돌(stone)을 들(plain)로 기재하고 있다"며 "잘못 기재된 들을 돌로 정정하라"고 요구했다.

문화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역사인 경복궁역에 이 같은 잘못된 설명이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경복궁역 역사는 전통미와 첨단 공법이 조화된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문화유산으로서 보존 가치가 큰 역사다.

경복궁역은 고(故)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지하철 역사다. 경동교회, 서울 올림픽주경기장 등을 설계한 김 건축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하나로 경복궁역은 그가 설계한 유일한 지하철 역사다.

경복궁역은 역사 주변 경복궁과 사직공원 등을 모티브로 삼아 조성됐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화강석을 활용해 고유의 전통미와 건축미를 부각하고 아치형 전통미를 가미한 실내 석조 건축물이라고 자평해 왔다. 1985년 당시 중앙청역으로 불리던 경복궁역은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십장생도 자체도 문화유산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에도 불로장생을 원하는 내용의 그림은 있지만 십장생도와 같은 형식으로 구성된 그림은 한국에만 있다. 십장생도는 한국의 대표적인 길상화(吉祥畵) 중 하나다. 길상화란 현실적 소망과 연관된 길운과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전통적 소재들을 조합해 그린 그림이다.

십장생도는 궁중 행사에서 왕비나 왕세자 자리 뒤쪽에 병풍으로 놓이기도 했고 궁궐 내부를 장식하는 창호에 그려지기도 했다. 왕실이 오래도록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왕실 가족의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십장생도에 담겨 있다. 이후 민간으로 확산됐고 조선 후기에는 다양한 십장생도가 그려졌으며 민간에서도 감상하는 그림이 됐다. 국가유산청 산하 국립고궁박물관은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십장생도를 활용한 문화 상품을 마련해 선물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수정을 예고했다. 공사는 "1985년 경복궁역 건설 당시 십장생 작품이 설치됐는데 이후 나중에 영문 안내문을 추가 정비하면서 잘못 표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일 내에 안내문을 정비하겠으며 문화 예술 작품 관리에 좀 더 세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민망한 오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대공원은 지난 24일 누리집에 게재한 '코끼리사 노후 관람로(조경시설) 정비공사에 따른 폐쇄 안내'를 통해 다음 달 말까지 코끼리 관람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공원은 현황 사진을 첨부했는데 이 사진에 '출입 통재'라는 문구가 붙었다. 통제(統制)를 통재로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통재는 주로 2가지로 쓰인다. 온갖 사물에 능통한 재주나 또는 그 재주를 가진 사람을 뜻하는 통재(通才), 그리고 통솔해 재결(裁決)한다는 뜻의 통재(統裁)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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