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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이드갤러리, 이창훈 '유빙'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무엇을 그림으로 보는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2025년 첫 전시는 '욕망'과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창훈(54)과 권소진(34)의 개인전으로 시작한다.
오는 2월6일부터 펼치는 전시에 두 작가는 재현의 범주를 넘나드는 독특한 표현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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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한강#01, 부분. 2022, C-프린트, 180x275cm, e.d.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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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 마이스터(Aufbaustudium) 과정을 마치고 작가 활동을 하는 이창훈은 '유빙(Floating)'을 전시 타이틀로 '얼음 덩어리'의 진지함을 전한다.
"인간 욕망을 넘어, 궁극적으로 존재의 근원을 자각하게 만들며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허무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고,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물질적 가치를 벗어나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을 촉발하려는의도가 담겨 있다."(작가 이창훈)
전시장 1층에 위치한 작품 '눈'은 겨울 도심에 내린 눈을 모아 만든 눈덩이들을 석고로 캐스팅 한 작업으로 녹아 없어질 눈을 영원히 보존하려는 태도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작품 '한강'과 내용적으로 이어진다.
지하 전시장에 퍼지는 사운드 '빙렬'은 사진 연작 '한강'의 작업 중, 차가운 얼음이 더운 대기와 만나는 순간에 발생하는 금이 가는 소리를 녹음하고 편집한 작품이다. 각 채널에서는 간헐적이고 불규칙적인 빙렬음이 들리며, 때때로 그 소리가 자연스럽게 겹쳐 공간을 가득 채운다.
시간의 흐름과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담은 독립적이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청각, 촉각을 자극하며 다채로운감각적 차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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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진, 새들은바람을마주본다, 2023, acrylic, oil on canvas, 130x16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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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은 그림으로' 담아내는 작가 권소진은 '벌새를 보았다'를 주제로 ‘부재의 세계'를 통해 존재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보인 그대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재현의 범주를 맴도는 표현을 시각화한 작품은 어릴 적 기억에서 출발한다.
"어린 나는 화단에서 꽃의 꿀을 빨고 있는 벌새를 보자마자 집으로 뛰어가 벌새를 봤다며 소리쳤다. 엄마는 믿어주지 않았지만, 동화에 나오는 파랑새를 본 것 같은 추억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환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권소진은 "20여 년이 넘게 특별했던 이 기억과 믿음은 최근 한국에 벌새가 없다는 사실과 ‘벌새인 척하는 나방’이라는 영상을 보며 흔들리게 되었다"면서 이 경험을 기반으로 상상속 벌새를 실제로 보았다는 것이 중요하여 진실이라 믿었던 어린시절처럼,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것은 개인의 가치에 따라 상대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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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진, 그림자도둑, 2025, oil on canvas, 130.3x19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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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림이어야 하는가’ 이전에 ‘우리는 무엇을 그림으로 보는가’에 대해 질문하고자 한다. 주인공과 그림자, 사물과 그림, 그림과 그림자는 ‘무엇에 진정한 가치를 두는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읽히게 된다. 거짓말이 주인공이 된 세계와, 주인공이 사라져버린 세계 속에서 진위를 가려내려는 시도는 이처럼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둘 수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진정한 것과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때로는 거짓말을 앞세우는 것, 혹은 진정한 것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막연한 믿음 이전에 그것이 사라져 버렸을 때 비로소 마주하는 진정한 것들을 들여다보자.(작가 권소진)"
진정한 것과 거짓된 것을 가르는 기준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작가의 붓은 가위가 되어 정교하게 쌓아 올려 재현된 현실을 오려낸다. 계속해서 재현 할 대상을 프린트하고, 오려내고, 붙여보며 재조합해 현실을 거듭 재현하고 비워낸다. 이렇게 만들어진‘부재(不在)’의 세계는‘재(在)’를 상기시키는 아이러니한 세계를 형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캔버스 안에 머물러 있었던 세계를 전시를 보는 이 공간에 침투 시켜 확장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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