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국제갤러리, 2025년 첫 전시는 하종현·최재은 개인전 동시 개최

등록 2024-12-13 15:19:05

6월 '젊은 회화 작가·전통 주제' 그룹전 첫 개최

갈라 포라스-김, 장파 작가 첫 개인전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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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은 〈Nature Rules〉 2023 Graphite on aged paper 30.9 x 3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내 3대 메이저 화랑인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 2025년 첫 전시는 단색화 거장 하종현과 현대미술가 최재은의 개인전을 동시에 시작한다. 이어 '젊은 회화 작가·전통 주제' 그룹전이 처음으로 열리고 갈라 포라스-김, 장파 작가의 국제갤러리 첫 개인전도 선보인다.

14일 국제갤러리에 따르면 을사년의 전시는 상반기에 최재은, 하종현, 정연두의 개인전을 7월까지 펼치고 동시에 '젊은 회화작가 그룹전', '전통' 주제의 그룹전을 선보인다. 이전에 없던 그룹전으로 매체의 경계가 해체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회화'의 굳건함으로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세계적인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9~10월), 갈라 포라스-김(9~10월), 장파(12월), 다니엘 보이드(12월)의 개인전이 이어진다.

내년 3월20일 첫 전시로 문을 여는 현대미술가 최재은은 K2와 K3 공간에서 대규모 전시를 개최한다. 1986년부터 종이를 땅속 깊이 묻어 토양과의 상호작용을 물질화하는 등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관심을 작업으로 구체화해온 작가다. 숲 속의 자연요소들이 만들어내는 회화와 하늘의 실시간 초상을 담은 사진 작업 등으로 자연의 서정적 풍경을 그리는 한편, 그가 2015년부터 진행해온 DMZ 프로젝트도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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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현 〈Conjunction 24-27〉 2024 Oil on hemp cloth 130 x 9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시기 K1과 한옥에서는 하종현의 개인전이 진행된다. 오랜 세월 동안 도출해낸 가장 최근작들을 소개한다. 물성에 대한 초기의 다양한 실험 및 시도들이 회화적 문법으로 자리잡아 그만의 고유한 ‘배압법’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작가는 오늘날의 회화의 장을 선보여왔다. 이번 개인전은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새로운 길을 굳건히 개척해온 하종현 작업의 현재적 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는 전시다.

4월 말에는 부산점에서 정연두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소개한다. 지난 2008년 서울에서의 개인전 이후 부산점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정연두는 삶에서 마주하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들을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전환하는 작가 특유의 작품 제작 방식에 주목하는 전시로 기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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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새 길을 위한 정지〉 2023 Water mixable oil and cement pigment on canvas 230 x 160 x 5 cm 사진: 이의록 이미지 제공: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6월에는 이성휘 큐레이터(하이트컬렉션 소속)가 기획하는 젊은 회화작가 그룹전 '회화 이후의 회화'(가제)가 서울점 K1과 K3에서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의 범람과 매체 경계의 해체라는 동시대 예술 상황 속에서 젊은 화가들이 시대적 징후를 어떻게 진단하고 탐색하며, 개인적 서사와 정체성을 탐구하거나, 사회·정치적 감수성을 작업에 투영하는지 등을 살펴본다.

서울점 한옥에서는 ‘전통’을 주제로 엮은 그룹전 '한옥 2025'가 열린다. 국제갤러리 한옥은 갤러리 내의 전시장들 중 규모는 가장 작지만, 위치적으로는 다른 모든 전시장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전통이 현대문화의 주변에 머무는 것 같지만 관점에 따라 그 중심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전통’이 그 상투성을 벗어나 동시대의 중심에서 어떻게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적인 기획전으로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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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 〈Mother and Child〉 2007 Colored pencil and watercolor on paper
24.1 x 20.3 cm Photo: Christopher Burke,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SACK, Seoul and VAGA at ARS, New York *재판매 및 DB 금지


9월에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지난 70여 년간 조각, 드로잉, 회화, 판화, 설치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고유한 시각언어를 구축해낸 루이스 부르주아는 다양한 차원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비슷한 시기인 9~10월 갈라 포라스-김의 첫 개인전도 진행된다. 역사를 서술하고 독해하는 과정에 내재된 제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가는, 여러 인위적인 맥락 하에서 무형의 유산이 규정되고 관리되는 방식에 집중한다. 2025년 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통제해 보려는 시도로 자연에 임의적으로 혹은 자의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관습을 시각적으로 탐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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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1981)A work of the 〈Women/Figure: Mama Series〉 2023 Oil, acrylic, silkscreen on canvas
259.1 x 387.8 cm (2 canvases)  Courtesy of the artist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2025년 연말에는 장파의 개인전이 처음으로 개최된다. ‘여성적 그로테스크’라는 수사로 주로 소개되는 그의 작품은 역사적으로 타자화된 감각들, 즉 여성이라는 범주로 규정되어 대상화되어온 감각들을 적극적으로 주체화하고, 이를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구현한다. 여성의 신체를 비천한 것으로 폄하하거나 민망한 관음의 소재로 은폐하는가 하면, 숭배의 대상으로 물건화(objectify)해온 유구한 시선의 폭력성을 작가는 유쾌하게 탈피하고 전복한다. 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에서는 그가 그리는 여성의 신체와 장기를 품은 유머의 문법을 통해 그동안 다양한 시공간의 문화권에서 등장한 여성의 도상이 재맥락화되는 과정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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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보이드 〈Untitled (SOAGS)〉 2020 Oil, acrylic, charcoal and archival glue on canvas 350 x 570 cm 사진: 안천호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2025년의 마지막 전시로는 다니엘 보이드의 개인전이 마련된다. 작가는 자신의 생물학적 뿌리에 대한 주체적 연구를 기반으로 유럽 중심의 역사 서술이 지배해온 낭만주의적 개념을 경계하고 의심함으로써 일방적인 역사관이 놓친 시선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