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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인물들 연극 무대 같은 전시…오원배 '치환, 희망의 몸짓'[박현주 아트클럽]

등록 2024-10-18 15:28:07  |  수정 2024-10-21 11:00:04

아트사이드 템포러리 11월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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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Untitled, 2024, 천에 혼합재료, 260x1470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몸짓은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의 총체다. 섬세한 신체 근육의 뒤틀림에 인간의 실존 탐구를 담아온 오원배(70) 화백의 '치환, 희망의 몸짓'이 완벽한 안정감을 전한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템포러리에서 17일 개막한 오 화백 개인전은 마치 연극 무대처럼 연출됐다.

전시 벽면을 감싼 길이 15m의 대형 화면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됐다. 목탄화처럼 검정색의 알몸 인물들이 공간을 유영하며 에워싸는 분위기로, 이는 마치 전시 공간 자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작품으로 보이도록 한다. 전시 공간과 작품의 긴밀성, 그 몰입감에 대해 그간 몰두해 왔던 작가의 의도가 만들어 낸 결과다.

공간과 공명하고 반응하는 가변적인 작품들은 관람객과의 간격을 좁히며 즉흥적인 소통과 생동감을 유발한다.

몸통형을 축으로 돌아가는 역동적 동세와 기둥, 연결되지 않은 둥근 단면이 보이는 파이프 같은 모티프들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인물들이 또 다른 층위의 회전을 만들어내며 특정한 공간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에 동적인 에너지의 힘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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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치환, '희망의 몸짓'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 동작 한 동작 춤을 추는 무용수와 같아 보인다. 오 화백의 이전 작품들이 인물의 얼굴과 그 표정까지 전면적으로 내세웠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얼굴의 측면과 후면만을 노출해 신체의 움직임에 더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목탄화같은 검정색의 인물들은 투박하면서도 섬세하다. 볼륨감 있는 근육의 해부학적 요소가 그대로 담긴 오 화백의 손맛이 압권이다. 형상의 움직임을 체제의 저항에서부터 인간 본질에 관한 문제, 사회 제도와 부조리, 인간관계에서 파생되는 미묘한 이야기들과 AI와 인간의 문제 등 사회와 밀접하게 맞물린 이슈들을 온 몸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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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개인전 치환, 희망의 몸짓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인물들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표현한 것이 흥미롭다. 부감(俯瞰)적인 시점은 뒤로 넘어가는 듯한 상체의 움직임을 조망하기에 탁월한 것 같다. 작품을 보는 관람객을 저 위의 무언가를 희구하는 대상의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마치 극장의 높은 좌석에서 보듯 춤을 관람하는 관람자가 된다.

이는 한쪽 벽면을 타고 흐르듯 전개되는 작품과 함께 제작된 금속의 느낌이 나는 작품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의 구조상 한쪽 벽면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을 염두에 두어 제작된 작품들은 전시 공간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또한 인물을 사이에 두고 그들의 시선 사이에는 엉겅퀴나 호랑가시나무와 같은 식물들이 병치되어 변주적 형태로 은유적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극복 의지를 상징하는 생명체들로서 대비된 양옆의 인물들과 어우러져 진정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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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치환, 희망의 몸짓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장에 어지러이 놓인 고장난 저울이 눈길을 끄는데 균형 잃은 사회를 상징한다.

"절망이 있어 희망을 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숫자가 새겨진 조각난 파이프와 설치된 저울 사이에 흩어져 있는 원통형의 조형물들은 순서대로 연결되어 저울이 제 기능을 찾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를 바란다.

오원배는 질문하는 화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하는 행간을 놓치지 않고 작품에 투사한다. 동시대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며, 예술을 통해 그 복잡한 관계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그의 작업은 몸짓과 다양한 상징물의 기표와 감춰진 이면에 쌓인 층위를 넘나 들며 무감각해지는 사회와 현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전시는 11월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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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2024, 종이에 혼합재료, 90x78.8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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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2024, 종이에 혼합재료, 90x78.8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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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화백.  *재판매 및 DB 금지

◆'인간 실존 탐구' 오원배 화백은?
1953년 인천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1985년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를 수료했다.
 
국내·외 주요 개인전으로 “부유/현실/기록”(인천 아트플랫폼, 2023), “오원배: 인간-비인간, 그리고대위법 형식의 조형언어”(아트사이드 갤러리, 2019), “오원배 초대전-회화적 몸의 언어”(금호미술관,2012) 등이 있다.  단체전은 “이미지로 건너오는 시들”(한국근대문학관, 2023),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기념전”(연강 갤러리, 2023), “인공윤리-인간의 길에 다시 서다”(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2022), “재난과 치유”(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1) 등 300여 회 참여했다.

1984년 파리국립미술학교 회화1등상, 1985년 프랑스 예술원 회화3등상, 1992년 올해의 젊은 작가상, 1997년 제9회 이중섭 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인천문화재단, 금호미술관, 소마미술관, OCI미술관, 동국대학교, 원광대학교, 경주통일전, 인천 지하철 문화예술회관역, 전등사, 정토사, 해인사,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법무법인태평양, 조선일보사, 프랑스 문화성, 파리국립미술학교, 후쿠오카 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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