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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홀린 사람’ 안상수…오케이앤피 부산, '홀려라' 개인전

등록 2024-05-10 06:00:00  |  수정 2024-05-10 08:13:57

이효리…황희찬 타투로 유명한

'생명평화무늬' 상징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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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홀려라 전시가 오케이앤피 부산에서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는 글자를 절구 속에 넣고 빻는다."

마치 부적 같은 무늬들은 알고 보면 글씨, '문자도'다.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안상수의 조형 실험이 빛나는 '홀려라'시리즈다.

1985년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긴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탈네모꼴의 ‘안상수체’를 개발한 그는 '한글에 홀린 사람'으로 통한다.

'한글’ 등 글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조형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2017년부터 '홀려라' 문자도 시리즈를 지속해 오고 있다.

알 듯 말 듯한 문자도는 추상화 같다. '홀려라'는 한글 닿자와 민화를 조합하여 만들었다. 글자로 이루어진 이미지지만, 각 글자를 해체하여 조합했기 때문에 실제로 마주하면 읽어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자음 ‘ㅎ’의 존재로 ‘발성과 묵음 사이’를 오가게 하지만 애써 읽어내려 할 수록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맴돌게 한다.

미술평론가 조새미는 “홀려라 연작에 드러나는 그림 형상은 공통으로 감각 지각적 요소의 특성을 내포한다. 마치 둘 이상의 관이 중앙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양쪽에 있는 액체들이 서로 침투하면서 같은 높이와 밀도를 이루게 되는 과학 실험용 도구인 연통관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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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9일 오전 오케이앤피 부산에서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안상수(날개) 개인전 '홀려라'에 선보인 '생명평화무늬 디자인'을 한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효리 타투, 황희찬 타투로도 알려져 있는 생명평화무늬는 인간중심에서 벗어나 생명과 평화를 이뤄내고자 하는 모임인 생명평화결사를 위해 제작된 상징이다.안상수는 ‘한글’ 등 글자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전시는 6월9일까지.2024.05.09. [email protected].


그의 '글씨 문자'도는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까지 나아가 미술계와 디자인계를 주술처럼 넘나든다. 미술평론가들은 그를 향해 '진정한 아방가르드의 모습'이라고 상찬하고 있다.

문자도는 물론 그가 제작한 '생명평화무늬'는 '이효리 타투', '황희찬 타투'로도 알려져 MZ세대도 주목하고 있다. 인간중심에서 벗어나 생명과 평화를 이뤄내고자 하는 모임인 생명평화결사를 위해 제작된 상징이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출신 토종 디자이너로 한글로 타이포그래피를 만들어내는 그는 세계 디자인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중앙미술학원(중국) 특빙교수, 런던왕립미술학교(영국) 방문교수를 역임했고, 세계 각국의 초대를 받아 전시를 치렀다. 디자이너에서 미술 작가로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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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 그래피티 거장 안상수. 사진=오케이앤피 부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80년대부터 그는 디자이너로서는 드물게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가'임을 알려왔다. 이불, 최정화 등 한국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이들과 가까이 지내며 다양한 기획전을 함께 하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리움미술관 전신인 로댕갤러리 '한.글.상.상'(2002)전을 비롯해 구텐베르크상 수상기념 라이프치히 HGB 초대전(2007), 서울시립미술관의 '날개.파티'(2017)전 등 대규모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도쿄 비엔날레'(도쿄, 2021)를 비롯하여 (샌디에이고미술관, 2023), '광저우 트리엔날레'(광동미술관, 2023) 등 해외 주요 기획전에도 참여하며 작가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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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홀려라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안상수의 면모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오케이앤피 부산에서 열린다.

오케이앤피 부산 오상현 대표는 "안상수 작가는 스스로도 ‘한글에 홀린 사람’이라 말한다"며 "이번 전시의 제목은 작품의 이름 그대로 가져와 ‘홀려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홀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문자도 '홀려라'는 안상수 미학의 정수를 꿰뚫는 연작이다. 이전보다 더욱 과감한 형태 해체와 조합이 두드러진다. 흡사 만화경을 연상케하는 '홀려라'는 그가 단순히 글자들을 조합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러 실험을 통해서 재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검은 문자도는 붓질의 힘과 에너지가 넘친다.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흑연'을 활용한 독특한 마티에르가 돋보인다.

오케이앤피 부산은 이 전시와 더불어 '아트부산2024'에 참가, 안안상수의 초대형 '홀려라'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전시는 6월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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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앤피 부산은 안상수 홀려라 개인전과 함께 아트부산2024에 참가 안상수 작품을 전시판매한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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