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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행사위 "상무관 검은 비(碑) 작품 회수" 촉구

등록 2022-11-22 16:00:56

"내년 3월 상무관 복원 공사 방해·지연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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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영창 재독 작가를 향해 상무관 내 전시중인 작품 '검은 비'의 회수를 촉구하고 있다. 2022.11.22.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가 5·18 희생자를 기리는 상무관 전시 작품 '검은 비(碑)'를 회수하라고 작가에게 촉구했다.

행사위는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무관은 내년 3월 복원 공사 착공을 앞두고 있다. 검은 비를 제작한 정영창 작가는 전시 기간이 끝나면 작품을 회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정 작가는 지난 38주년 5·18기념행사 당시 상무관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하면서 '검은 비'를 설치했다"며 "그는 2018년 최초 전시 이후 수차례 연장 과정에 '전시 기간이 끝나면 작품을 반출, 철거하겠다'고 직접 자필로 서명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은 비'는 가로 8.5m, 세로 2.5m 규모의 대형 나무 패널에 검은색 유화 물감을 칠한 쌀을 붙인 설치 작품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정 작가가 항쟁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제작했다.

지난 2018년 5·18행사위가 상무관에서 연 '오월 지킴이와 영원의 노래' 전시에 출품돼 한 달여 기간 동안 전시된 이후 정 작가에게 회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 작가가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고 2020년 5·18 40주년에 따른 상무관 개방행사에 맞춰 전시를 희망한다는 이유 등으로 3차례 전시가 연장돼 회수가 미뤄졌다. 2020년에는 일부 언론을 통해 광주시에 작품 기증 의사가 전달됐으나, 시는 성격과 규모·설치 상태 등을 고려해 작품 인수를 거절했다.

상무관 복원을 6개월 여 앞둔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논의되자 정 작가는 최근 '복원된 상무관에 작품이 존치돼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행사위와 광주시·국립아시아문화전당·옛전남도청복원추진위원회는 중재안 수용을 거부하고 정 작가에게 작품 회수를 거듭 촉구했다.

행사위는 "정 작가는 작품 기증 의사 거절 이후 2년이 넘도록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상무관 복원 논의가 시작된 지난 9월에서야 '영구 존치를 목적으로 한 작품이라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작가의 작품으로 옛 전남도청 복원이라는 오랜 숙원 사업이 방해받거나 지연되면 안된다"며 "정 작가의 작품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길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3월부터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본관·상무관 등 건물 6개 동에 대한 복원 공사가 시작된다. 상무관은 5·18 당시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당한 주검을 수습했던 역사적 장소로, 5·18 사적지 5-3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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