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별세...향년 92세

등록 2021-01-05 18:49:18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13년 8월 갤러리현대서 화업 50주년 개인전때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던 김창열 화백.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이 5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인은 1929년 평북 신의주에서 태어났다. 1948년부터 1950년까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수학하고 1966년에서 1968년까지 뉴욕 아트 스튜던트리그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이후 프랑스에 정착하여 프랑스는 물론 유럽 각지와 미국, 일본 등지에서 개인전과 국제전을 가지며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추구했다.

갤러리현대에서 1976년 이후 2013년까지 12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다. 2004년 파리 국립 쥬 드 폼 국립미술관(the Musee du Jeu de Paume)과 2012년 대만 국립미술관(National Taiwan Museum of Fine Arts)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바 있다. 1996년 프랑스문화훈장, 2012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하지만 그에게 물방울은 그저 '물방울' 그 자체였다. 김 화백은 2013년 인터뷰 당시 "물방울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무색무취한 게 아무런 뜻이 없지. 그냥 투명한 물방울"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1972년 파리 살롱 드 메에 입선한 이후 본격적인 '물방울 시리즈'가 탄생했다. 가난이 준 선물이었다. 1972년 파리 근교 마구간에서 살았을때다. 화장실이 없어 밖에서 물통을 만들어놓고 세수를 했다. 어느 날 아침, 세수하려고 대야에 물을 담다 옆에 뒤집어둔 캔버스에 물방울이 튀었다.

 "크고 작은 물방울이 캔버스 뒷면에 뿌려지니까 햇빛이 비쳐서 아주 찬란한 그림이 되더라고요.”

그때부터였다.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담아냈고 그 '물방울은 김창열'이 되었다. 70~80년대 파리에서 '물방울을 대신할 한국 사람'으로 유명해졌다. "절제와 겸손함, 그리고 고집스러운 소재의 반복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다니엘 아바디 前 프랑스 쥬 드 폼 국립현대미술관장)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83년 이후-물방울(多) 20호 가격 비교. (사진 왼쪽)2006 최고가-김창열, 물방울 SH 2000-33, 2000, 캔버스에 유채, 53×72.7cm, 낙찰가: 2100만원(K옥션 2006.09.14). 2019 최고가-김창열, 물방울 PA85009, 1984, 마포에 유채, 50×72.7cm, 낙찰가 5400만원(K옥션 2019.07.17) 사진=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제공. 2020.5.04. [email protected]
그림은 눈속임이다. 멀리서 보면 진짜 물방울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면 물감과 붓질의 흔적만 있다. 그는 평생 물방울을 그리면서 "영혼과 닿을 수 있겠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고 전한바 있다.

50년동안 그림만 그린 화가에게 '어떤 작가로 남고 싶냐'고 묻자 "너절하지 않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고, '너절한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라고 되묻자, 그는 '그것도 몰라?'라는 시선으로 작은 눈을 동그랗게 모아"있으나 마나 하는 작가지요"라고 했던 인터뷰는 마지막이 됐다.

평생 물방울에 천착했던 김창열 화백은 단색화 열풍속에서도 '물방울 화가'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뉴시스 작품가격 사이트인 K-Artprice에 따르면 김창열 화백은 지난 10년간 분석한 국내 미술품경매사 낙찰 총액 기준 5위에 올라있다.

빈소는 고대안암병원 장레식장 301호실에 마련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