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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작가' 윤종석 대만서 러브콜…줄리아갤러리 첫 개인전

등록 2016-12-12 12:03:44  |  수정 2016-12-30 15: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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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종석 작가가 대만 줄리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주사기 작가' 윤종석(47)이 대만으로 진출했다.  

 지난 9월에 대만 그룹전시에 작품을 출품한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 첫 국제 아티스트 빌리지인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Taipei Artist Village, 이하 TAV) 레지던시에 참여, 지난 10월부터 이곳에서 작업중이다. 부산 비영리법인 '오픈스페이스 배' 작가 교환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오는 12월 30일까지 창작공간겸 거주공간인 개인 스튜디오에서 작업한다.

 'TAV'에 입주 한 후 소문이 났다. 윤 작가가 3달간 레지던스 온 것을 안 타이페이 유명 화랑 줄리아(julia)갤러리가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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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종석 작가가 대만 타이페이 줄리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줄리아 갤러리 줄리아 추 대표는 "2008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작가"라며 "이미 몇점을 컬렉션하고 있다"면서 개인전을 제안했다.

 지난 10일부터 대만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TAV'에 입주해 그렸던 그림을 모아 20여점의 평면과 4점의 입체 신작을 선보였다.

 작가는 "새롭게 시작한 가로 선 긋기로 작업한 타이페이에서 만나는 대상들을 표현한 작품"이라며 "TAV에서 작업은 낮익은 것들을 새롭게 보게 만들고, 처음 보는 것들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며 설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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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종석 작가가 부인 박성수 작가와 함께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에서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붓 대신 주사기로 그림을 그려 일명 '주사기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물감을 5㏄의 주사기에 넣고 한 점 한 점 점 찍는 고도의 집중력과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수십만개의 점을 찍어 나온 그림은 마치 옷을 접어 개, 고양이, 권총으로 개켜놓은 것같은 입체감과 환영을 선사했다. 실제와 환영, 사회적 가치와 계급같은 걸 은유하며 독창적인 기법으로 2008년 미술시장에 떠올랐다.

 이후 작업은 변했다. 점찍기에서 '물감 뿌리기'기법으로,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실처럼 뿌려서 쌓는다. 수천수만 가닥의 색실 선들이 쌓여서 형상을 만드는 마법같은 기법이다.

 수많은 시간과 피사체의 잔상들을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물감 실로 드러내는 작업은 '죽음'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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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종석 작가가 대만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몇 해 전 갑작스레 사랑하는 형과 다정한 친구를 떠나보내며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맞았어요."

 작가는 "내 주변에는 무엇이 존재하고 누가 같이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했다"며 "나를 찾아 가는 일련의 과정이자, 채집하듯 기억을 기록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시간의 흐름을 채집한 듯 물감을 쌓고 뿌려서 만든 작업은 네덜란드 정물화의 바니타스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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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종석 작가 대만에서 첫 개인전.
 "결국 우리는 스치듯 순간의 인생을 살고 있고 언제 어디서나 여행자로써의 삶이잖아요. 시간 앞에서 모든 것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을 알고 있기에 참으로 덧없죠. 그래서인지 순간을 하나의 장면처럼 기록하게 된 것 같아요."

 작가 윤종석은 " '물감 뿌리기'와 새로게 나온 '선 긋기'작품을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 현지 컬렉터나 미술 관계자들은 왜 작업이 변했는지 궁금해 하며 질문을 많이 던진다"고 했다.

 '점찍기' 윤종석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의 선 작업에 대해 대만 컬렉터들과 미술전문 잡지계는 '놀랍고 신선한 기법'이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덧없는 인생과 치열하게 맞짱뜬 윤종석의 '주사기 기법'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미술시장을 따끔하게 하며 'K-아트'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www.juliagallery.com.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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