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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들어가 후회 안하려 지금도 최선"...박서보 화백 '금관 문화훈장'

등록 2021-10-21 11:20:55  |  수정 2021-10-27 16:36:22

훈장중 1등급 최고 영예...문체부 선정 수여

"‘단색화’ 선구자로 한국미술 추상화 세계 알려" 평가

국제갤러리서 '박서보' 31일까지 개인전

홍시색, 공기색, 단풍색 등 '색채 묘법’ 16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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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서보 화백. 사진 강강훈, 이미지= 기지재단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는 그림 그리기가 수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색칠과 선 긋기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 깊은 맛은 서양인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에요. 누구도 따라못할 밀도감을 담으려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단색화 거장' 박서보(91)화백이 정부가 수여하는 금관 문화훈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우고 국민 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금관, 은관, 보관, 옥관, 화관 총 5등급으로 분류된다. 박서보 화백이 받는 ‘금관 문화훈장’은 1등급의 최고 영예로, 공적기간 30년 이상의 해당분야 개척자에게 수여된다.
 
21일 문체부는 “박서보 화백은 세계에서 한국미술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단색화’의 선구자로서 한국미술의 추상화를 세계에 알렸으며, 홍익대학교 교수,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행정가이자 교육가로 한국미술 발전에 공헌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앞서 박 화백은 1984년 국민훈장 석류장, 1994년 옥관 문화훈장, 2011년 은관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의 역대 금관 문화훈장 수여자로는 故 정지용 시인(2018년), 故 황병기 가야금 명인(2018년), 연극인 임영웅(2016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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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단색화 대가 박서보 화가가 15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9.15. [email protected]

"지구에 살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아흔이 넘은 고령의 화백은 "죽어서 무덤에 들어가서 후회하지 않으려고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아직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중섭·박수근·김환기 등 '죽은 화가'와 달리 '박서보'는 살아 생전 화가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단색화 거장'으로 불리며 지난 10여 년 전 팔순에 최고의 화가로 등극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화가는 환갑 이후부터가 절정이라는 말을 박서보 화백이 증명했다.

내년에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시계획도 잡혔다. 캔버스 크기는 200호(259× 195cm) 대작들에 신작을 선보인다. 2019년부터 시작한 작품으로 올해 말 끝낸다는 의지다.
 
 일본 유학파 등 이전 세대와 달리 '토종 미술인'인 그의 그림 '묘법'은 마법이 됐다 '장르가 박서보'라 할 정도로 독보적인 작품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끝까지 살아남아 단색화를 일궈내고 세계화시켰다"는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닌 이유다.

박서보 화백은 1950년대 문화적 불모지였던 한국미술에 추상미술을 소개했다. 1957년 한국 엥포르멜 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현대미술가협회의 주요 멤버로 활동한 뒤, 1961년 세계청년화가 파리대회에 참가하여 추상표현주의 미학을 바탕으로 한 ‘원형질’ 시리즈를 전개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유전질’, ‘허상’ 연작을 발표하며 보다 발전된 추상표현주의를 선보인 데 이어 1970년대 이후 ‘묘법’을 통해 새로운 전환을 시도했다.

일명 '손의 여행'으로 일컫는 그의 대표 작품 '묘법(描法·Ecriture)은 박 화백의 회화 인생의 정점을 이룬다는 평과 함께 지금까지도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오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후기묘법’에서는 종이 대신 한지를 사용한 화면 안에 반복적인 선 긋는 행위를 통해 고도의 절제된 세계를 표현한다.

'묘법'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로 부상,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았다. 올해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는 간결함과 단아함이 돋보이는 박서보의 2012년 후기묘법 작품의 영구 소장을 확정하며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단색화의 열풍을 입증했다.

지난 6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 미술계의 거장, 자신의 유산을 세상에 남기려 하다(A Towering Figure in South Korean Art Plans His legacy)’라는 기사를 통해 박서보의 인생과 예술철학,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다.

아울러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의 와이너리이자 수준 높은 현대미술품을 선보이는 샤토 라 코스테(Château La Coste)의 리처드 로저스 갤러리(Richard Rogers Gallery)에서는 박서보의 개인전이 지난 8월 23일부터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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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제갤러리 1관(K1) 박서보 개인전 PARK SEO-BO 설치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는 전속화가인 박서보 화백의 작품 세계를 국내외에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 이후, 박서보 예술 세계의 ‘현재’를 다시 조망하는 전시 'Park Seo-Bo'(10월 31일까지)를 진행 중이다.

 ‘후기 묘법’과 ‘색채 묘법’으로 알려진 2000년대 이후 근작 16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선명한 색감과 주변 도시 경관의 보다 단조로운 색감이 혼재된 치유의 공간을 선사하며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국제갤러리 K1 공간에서는 공기색, 벚꽃색, 유채꽃색, 와인색을, 그리고 K1의 안쪽 전시장에서는 홍시색, 단풍색, 황금올리브색 등 박서보가 자연에서 화면으로 유인한 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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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옥션 10월 경매, 추정가 9억~15억원, 박서보, 묘법 No.200~86, pencil and oil on cotton, 165.0×260.0cm(200), 65.0×102.4in, 1986.

◆박서보 화백은 누구?

박서보(1931·본명 박재홍)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미술의 전위적 흐름을 이끌어왔다. 1962년 처음 강단에 선 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1962-1997) 및 학장(1986-1990)을 역임, 2000년에는 명예교수로 임명됐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장(1977-1980) 및 고문(1980)으로 활동했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대형 회고전을 비롯, 같은 해 독일 랑엔 재단(Langen Foundation), 2006년 프랑스 메트로폴 생떼띠엔느 근대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국제갤러리와 손잡고 전시를 열고 있다. 국제갤러리와 박서보는 국제갤러리(2014),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2015), 벨기에 보고시안 재단(2016), 상하이 파워롱미술관(2018) 등에서 열린 그룹전들을 통해 단색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여정을 함께 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도쿄도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구겐하임 아부다비, 홍콩 M+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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