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박현주 아트클럽]화가돼버린 미녀탤런트 김혜진, 애이불비 사모곡

등록 2015-10-18 07:16:00  |  수정 2017-11-14 11: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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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혜진. 탤런트이면서 화가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림자가 짙다. 알고 보면 '외로움 덩어리'다.

 갓 두살때 떠난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평생의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지난해 응어리진 '그 엄마'를 화폭에 풀어낸 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떠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기다림'시리즈였다. 전시기간 변화가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 앞에서 울고 갔고, 그녀에게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오히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견뎌낸 저의 삶을 관람객들이 대신 울어주는 듯했어요. 작품 완성도의 기쁨보다 관람객의 모습에서 제가 오히려 치유받았어요."

 화가로 변신한 탤런트 김혜진(40)이다. 드라마 '아이리스'에 김태희의 친구로 나와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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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혜진 조각 '울 엄마안 와요'
김혜진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나와 우리의 아픔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토닥여줄 작품을 하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21일부터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초대전으로 여는 개인전은 대규모로 꾸민다. '본 투 비(Born to Be)'를 주제로 회화, 조각 등 100점을 선보인다.

 "처음엔 160평 전시공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었다"는 김혜진은 "하지만 유년기의 아픈 기억과 추억이 작품을 통해 보다 성숙된 자아를 만들어 내게 된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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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혜진 개인전 전시작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에도 슬픔이 담겼다. 떠나간 엄마를 그리며 기다림과 그리움 속에 홀로서기를 한 자전적 이야기다. 커다란 하이힐 구두를 신은 '울엄마가 안 와요' 조각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림과 조각으로 내놓은 작품은 정성으로 가득하다. 엄마의 잔상을 더듬어 상처와 위로, 치유를 한 점 한점 찍어 완성했다. 모든 작품에는 어릴 적부터 삶의 잣대를 깊게 해준 '명심보감'을 새겼다. 작품들은 '거울 같은 광택'으로 반짝인다. "작업을 하면서 거울 속에 투영된 내 모습까지 하나가 되어 이상하게도 슬픔과 치유가 동시에 밀려왔었어요. 엄마~ 하고 부르면 목이 메이는 그런 설움 같은…."

 작품들에서는 "존재하면서 부재하고, 비어 있으면서 차 있는 것"을 강조했다.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투영되는 것으로 끊임없이 변이하며 채워진 공간"으로 치환되는 작품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있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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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혜진 '세상을 날다' (115×165㎝, 아크릴판에 아크릴릭, 2015)
거울에 투영된 형태들은 무언가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원시적 상태를 연상시킨다. 캔버스에 그리는 그림과는 달리 빛의 반사와 굴절을 이용해 공간을 새롭게 인식시켜 짜릿한 공간감까지 선사한다. 

 벌써 6회 개인전이다.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연기자 데뷔 전부터 전시를 해왔고 아트디렉터로도 활동한 바 있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등 30여 차례의 크고 작은 기획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작가는 그동안 보여준 대형 설치작품, 구상과 비구상의 다양한 표현기법을 활용한 회화들로 '작가로서의 팔색조 재능'을 충분히 증명해보였다"면서 "화가의 삶을 선택한 그녀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펼쳐 보일 것인가를 더 궁금하게 만들어 줄 전시"라고 소개했다.

 조각가로서의 면모도 드러낸다. 12점의 조각 중 테마의 중심작인 '모(母)'상은 '2015 한국구상조각대전 특별기획 초대작가전'에도 출품 제의를 받았다. "제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작품들과 함께 삶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02-733-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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