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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뉴욕에서 신갤러리를 운영하며 차세대 갤러리스트로 주목받고 있는 신홍규 대표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뉴시스와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해 뉴욕 크리스티스 경매에서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1623억에 불러 주목받았던 젊은 컬렉터다. 한국의 젊은 작가 2명을 신선하게 전시해 뉴욕의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
맨해튼서 '신갤러리'전시장 3곳 운영
현경·이근민작가 뉴욕에 초대전 대박
"40세 경주에 亞최대 미술관 건립 꿈"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물일곱살 청년은 거침없다. 세계미술시장 한복판 뉴욕에서 '젊은 갤러리스트'이자, 아트바젤, 아모리쇼 등 세계 유명아트페어에서 VVIP로 대접받는다.
"불과 3년만에 모든 스토리가 다 써진셈이죠"
2013년 뉴욕 맨해튼에서 3개의 신갤러리(shin-gallery.com)를 운영하고 있는 신홍규 대표다.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만난 그는 "3일전에 생일이 지나 미국나이로 26세가 됐다"고 했다. 소년같은 앳된 모습이 보였다. 최근 아트바젤홍콩을 관람하고,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거나, 대학원에 다니거나,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정도쯤 되는 나이다. 그의 말처럼 '3년만에 써진 이야기'. 어떻게 미국에서 유명해지고, 미술시장에서 대접받는지, 일단 그 배경을 먼저 소개한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지않았다. 자신의 '자서전에 쓰겠다'며 그렇게 한 것에 대해선 알려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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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이근민 작가가 환각상태에서 본 환영을 기억해내 담아낸 그림. |
'신홍규'라는 이름 석자가 떠오른건 2015년 11월 9일이다. 이날 한화로 1972억원에 팔려 세계 미술품경매 최고 낙찰가 2위에 오른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때문이다. 당시 뉴욕 록펠러 플라자에서 열린 크리스티경매는 뜨거웠다. '누워있는 나부'에 7명이 경합하며 예상가인 1158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는데, 누군가 1623억(1억4000만달러)를 불렀다. 경매장은 잠시 깜짝 놀란듯 숨을 죽였고, 젊은 청년, 그가 새주인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1억7040만달러(1972억원)를 전화로 부른 중국인 컬렉터 류이첸이 작품을 낙찰받았다.
판세가 뒤집혔지만, 작품값을 올리며 숨죽이게한 젊은 청년에게 집중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그 청년을 밝혀냈다. 뉴욕의 젊은 미술품 딜러로 알려진 한국인 청년 신홍규였다.
이미 지난 2013년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 경매에서 1억 달러를 불러 경매사에서 주목받고 있던 그는 모딜리아니와 WSJ덕에 뉴욕 미술계에서 '한국인 청년 아트딜러'로 유명해졌다. 진심이든 허세든 어쨌든 '배짱'전략이 통한 셈이다.
'재벌집 자식이네', '스폰서가 있어 대행만 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1600억, 정말 구입하려고 했던 것이냐고 묻자 "그 이야기는 자서전에 쓸 것"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이 이야기가 담긴 책은 이미 쓰고 있고 올해안에 나올 것"이라면서 이 책은 자신이 정한 목표중의 하나라고 햇다. 자신이 살아온 첫번째 이야기를 25세에 내고, 두번째는 50세에 내겠다는 것이다.
타깃이 분명하면 흔들림이 없다고 했던가. 지난 3년간 뉴욕 미술계에서 주목받아온 덕분인지 자신감이 넘쳤다.
울산 출신으로 어릴때부터 명화수집을 했다. 중학교때부터 '우키우예 판화'를 수집하다 만난 이준 리움부관장과는 아직도 친분을 유지한다고 했다. 고등학교때 미국으로 유학왔고, 이후 미국 댈라워에이 대학에서 미술품복원을 전공, 2015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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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신홍규대표가 한국에서 작업하던 이근민 작가를 발굴, 뉴욕에서 3개월간 드로잉퍼포먼스 전시를 개최해 주목받았다. |
아트딜러, 갤러리스트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하면 저것보다 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대학 2학년때인 어느날 첼시거리를 걷고 있었다. 수많은 골동품이 즐비한 벼룩시장을 보며 지나갔다. 어릴적부터 명화를 봐오고, 대학에서 복원을 공부하고 있어서인지 작품의 기법과 관리상태가 눈에 띄었다. 그러다 한 갤러리에 들어갔다. 작품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엘 그레코 회화, 로트렉 드로잉보다 비싸다니…'. "현대미술품값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젊은작가들이 많이 활동하는 맨하튼 로우이스트사이드로 갔다. 60여평 공간에 신 갤러리 간판을 달았다. "부모님이 보증을 서 3억을 대출받았어요."
한국인으로서 한국작가를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쎄졌다. '좋은 작가'가 있다는 일본으로까지 날아가 현경 작가를 발견했다. 홍콩크리스티 스타작가 김동유 작가의 제자였다. 패션을 공부하러 일본에 유학온 현경은 교토시립예술대학 대학원 미술연구과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박사까지 마친 후였다. 모리미술관 큐레이터에 뽑혀 샌프란시스코 전시에 참여할 정도로 유망주였다.
"미국에서 활동하면 어떻겠냐". 신 대표의 배짱이 시작됐다. 느닷없는 제안이었는데 현경 작가도 받아들였다. 기세등등하게 뉴욕에서 펼친 현경의 개인전은 의외였다. 유명 평론가들이 매체에 글도 썼는데 작품은 팔리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도 갔다. 한점도 안팔렸다.
"반응은 좋은데 판매가 안돼요. 한점도 안팔리니 다시 포장해오려니까 너무 슬프더라고요."
당시 대학교 2학년 학생이기도 했던 신대표는 대학 수업도 해야할 처지여서 시간은 금쪽같았다. "왜 판매가 안돼지?"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작가 작업실도 따로 없었다. 갤러리 지하 미팅룸이 작업실이됐다. "현경작가가 3개월간 미친듯이 작업했어요. 5점이 나왔는데 이 다섯점이 현경작가는 물론 신갤러리를 살리게 됐죠." 사텐이라는 천을 전기 인두로 녹이고 겹치고 녹이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평면작업은 회화라기보다 조각에 가깝다. 작품에 드러나는 얼굴형태는 슬픔, 기쁨, 즐거움 등의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진 샤머니즘적인 에너지를 전해 작품을 보고 눈물흘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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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현경 작가가 사용하던 1000여평의 작업실. 신홍규대표의 지인이 내준 공간이다. |
레이디 가가와 함께하는 프로듀서들이 현경작품을 본후 콜라보레이션전이 열렸고, 이후 작품은 날개를 단다. 프레드릭 와이즈만 아트파운데이션, 브룩클린 뮤지엄 등에서도 구입해갔다.
현경의 작품값을 올리게 된것도 신대표의 도박같은 배짱이 움직였다. 소더비 경매에 출품했다. 추정가 1만5000불이었던 작품은 5만불에 팔렸고, '동양에서 온 여자 작가'작품이라는 매스컴보도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한점은 그 경매에서 구입을 못했던 타이완 컬렉터(아시아 작품을 수집하는)가 갤러리에 와서 직접 구매해갔다. 이후 현경 작가는 유명세를 탔고, 미국 뉴욕미술계의 유망 작가로 활동판을 넓혔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한국 작가'를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 2년전 미국에서 서울 종로의 한 작업실을 찾아왔다. 5평짜리 공간, 그곳에서 젊은 작가가 미친듯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방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린다'는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근민 작가(33)였다.
"그림은 기괴했지만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그 자리에서 드로잉이 얼마냐고 하자 5만원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이런 그림 안좋아한다면서."
드로잉 3점을 15만원에 산후, 그에게 물었다. "뉴욕에서 전시하지 않을래요?"
정신착란증세가 있어 매일 약을 먹고, 환각상태에서 본 기억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뉴욕에서 기를 폈다. 지난 3개월간 연 전시는 아트포럼지에 소개되며 화제가 됐다. 특히 현경 작가로 주목받은 후여서 신갤러리의 전시기획은 뉴욕 매체에서 자주 다뤘다. 이근민 개인전은 드로잉 퍼포먼스 쇼 형태의 전시로 선보였다. 7m 벽에 종이를 붙여놓고 날마다 그려나가는 작업과 전시분위기에 "앤디워홀, 바스키야가 작업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는 평을 받았다. 완성된 작품은 아모리쇼에 출품해 판매했다.
작가들도, 신대표도 신이났다. 신 대표는 자신의 '특별한 직감'을 믿는다. "정말 좋은 작품앞에 가면 가슴이 뛴다"면서 현경과 이근민의 작품도 특별함이 있었다고 했다. 무명의 젊은 작가를 발굴하며 '나비효과'까지 누린 그는 3곳의 전시장을 내고, 다양한 장르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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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한복천을 인두로 붙여만든 작품은 샤머니즘 분위기가 전해져 흑인 백인등 동서고금을 막론한 감상자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하는 현경의 작품. |
뉴욕미술계에서 독특한 전시기획으로 평론가들의 눈길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Salon de Mass-age'라는 이름을 내걸고 마사지업소처럼 전시장 내부를 꾸민 뒤 홍보해 아트넷 등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젠 아트포럼 아트넷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한달전부터 연락이 와요. 무슨 전시를 하느냐고."
절로 된 것은 아니다. 처음엔 세계 유명 매체에 무작정 메일을 띄었다. 한국에서만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작가 발굴도 중요하지만, 큐레이션을 어떻게 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에요. 전 틀을 깨뜨리면서도 재미을 추구합니다."
뉴욕미술계에서 주목받은 후 디카프리오 등 유명 배우나 세계적인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행보도 넓어지고 있다. 그는 미국 중국의 작가들이 확장되는 것은 커넥션의 힘이라고 봤다. "작가와 갤러리스트들은 서로서로 추천도 하면서 상생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해나갑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은 좀 다르다고 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다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뚝 끊긴다"며 발전안보다는 '이것아니면, 저것이다'는 극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트페어에서 VVIP로 초대받아 굵직한 미술품도 수집한다는 그는 "세계적인 아트페어나 미술관 파티에서 한국인 컬렉터는 볼수가 없다"면서 "아트페어에 오면 VVIP컬렉터들은 작품을 선점하기위해 리스트를 보느라 수다떨 시간은 많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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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신홍규 대표가 한국에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미술관을 짓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
그는 작가와 함께 여는 전시가 무엇보다 즐겁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전시를 할수 있을까. 새로운 작가는 어디 있을까'가 늘 고민이다.
지난주 한국에 와 홍익대에서 특강을 했는데 "한국은 젊은 작가가 살아가기 어려운 분위기"라는걸 느꼈다면서 한국 화랑이 왜 젊은 작가를 발굴하지 않는지, 단색화로만 쏠려있는 미술시장이 의아하다고 했다. 그는 강의에서 "젊은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 yba가 스타트한 것처럼, 꿈을 크게 가져달라고 했다"면서 "우리가 미래다' 혼자서만 하면 안되는 세상"이라고 했다. 친구와 경쟁하는 것은 좋지만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라고 조언했다는 것.
'미술품의 의사'가 되기위해 '미술품복원'을 공부했지만 이제 그는 '세계적인 갤러리스트'를 꿈꾼다.
리움미술관을 보면서 '호텔 로비'같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무겁고 권위있는 미술관보다 스토리가 있고 재미있는 미술관, 살아있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보였다. 이미 계획을 세웠다. 40세에 한국 경주에 레지던시가 있는 미술관을 짓겠다고 했다.
"해외의 인맥을 활용해 30대 스타작가들을 경주로 오게할겁니다. 외국의 핫한 작가들이 한국에서 작업하며 강연도 하고 프로젝트도 해, 결국 한국의 작가를 세계에 알리는 허브를 만들계획입니다." 특히 "서울작가뿐만 아니라 지방작가들도 교류할수 있게 고여있는 물들을 순환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미술판에 뛰어든지 3년, 겁없는 청년의 질주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현경, 이근민에 이어 뉴욕에서 새롭게 날개를 필 새로운 작가는 누가 될까. '젊은 피'답게 그는 '하면된다'는 사심없는 무대포 정신이 강하다. "왜요?. 제가 해봤고 해냈기 때문이죠." 두려움없이 행동하는 그의 열정이 운명의 만남을 주선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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