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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십곡-봄을 환대하라'…춘천예술촌 1기 입주작가전

등록 2023-01-30 15:10:47  |  수정 2023-01-31 14:54:09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서 2월1일 개막

다양한 장르 작가 10명 군집 개인전 20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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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예술촌 1기 입주작가전 '상춘십곡賞春什曲 – 봄을 환대하라'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상춘십곡(賞春什曲)-봄을 환대하라'

겨울 한파 속 미리 봄의 기운을 만나볼 수 있는 대형 전시가 열린다. 춘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춘천예술촌 레지던시 프로그램 1기 입주 작가 결과 보고전시다. 작가 10명의 군집 개인전 형식으로 200여 점을 선보인다.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2월1일부터 28일까지 펼친다.

다소 어렵게 읽히는 전시 제목 ‘상춘십곡(賞春什曲)’은 조선 전기 정극인(丁克仁)이 지은 가사 '상춘곡(賞春曲)'에서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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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십곡 - 이효숙 작가 부스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감독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상춘곡'은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자연 친화적인 가치관’이 담긴 내용"이라며 "상춘곡에서 제목을 빌어온 이번 전시는 마치 봄(春)의 경치를 감상(賞)한 느낌을 노래(曲)한 것처럼 작가 10명의 작품으로 ‘인생의 봄을 환대할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이 전시에는 회화 성향 5인(이광택·이효숙·루시·박시월·전영진), 입체와 설치 성향의 5인(홍준호·장승근·송신규·박소영·정승혜)으로 나눠 한국화, 서양화, 사진, 판화, 조각, 설치, 영상 등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2월1일 오후 4시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 로비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2월4~5일 관객들이 작가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도 개최된다. 매일 11시, 14시, 16시에는 도슨트의 작품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주말에는 수화 도슨트도 운영하여 전시회에 대한 관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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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택,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2022, 캔버스에 유채, 112×162cm *재판매 및 DB 금지

◆상춘십곡(賞春什曲)-봄을 환대하라' 초대작가 10명
이광택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동양적 감성이 담긴 문인화를 좋아해 중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작품 역시 한국 문인화의 전통을 21세기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한다. 특히 강원도 출신의 대표적인 근대소설가 이효석과 김유정의 문학을 형상화한 작품들로 보고 읽는 문학성 짙은 작품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이효숙 작가는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주변의 사물과 풍경을 시각화한 ‘시간의 이야기를 기록을 옮긴 삶의 본질이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마치 내면에 잠든 삶에 대한 고민을 간결한 시어(詩語)로 표현한 것처럼 담백한 미감이 특징이다. 한지 특유의 담담한 화면에 반복된 연필 긋기로 작가적 인내력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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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작지만 큰, 2022, 캔버스에 아크릴, 112.1x162.2cm *재판매 및 DB 금지


루시 작가의 그림엔 크고 작은 원이나 네모 혹은 세모의 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가장 기본적인 조형이 서로 붙고 떨어지길 반복하며 새로운 형상들을 만들어 낸다. 이는 작가가 ‘각각의 존재가 지진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하는 것이다. 여기에 주로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순수하고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꿈꾸는 자유로움을 선물한다.

박시월 작가는 ‘아름다움의 순간에 대한 실체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누군가 쉽게 말하는 ‘아름다운 순간’은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실체나 물증도 없이 오직 말과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것을 기록해보는 시각화 과정이다. 캔버스 화면과 표면을 갈아낸 유리판의 만남을 활용한 표현기법이 부드러운 감흥을 자아낸다.

전영진 작가는 ‘상상하는 것에 큰 힘이 있음’을 그림으로 말한다. 어린 시절 상상만했던 에피소드들을 그림과 설치형식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평소 우주 과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화성으로 떠나는 상상여행’을 재치 넘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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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십곡전-송신규 작품 안에서  바라본 전영진 작가 부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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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근,더 스펙타클한 패배를 위한 클리셰,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152.2x130.3cm *재판매 및 DB 금지

장승근 작가는 유화 작업을 기반으로 에어브러쉬나 설치작업을 병행한다. 특히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속 신체 변형 클리셰’ 개념을 활용한 작품형식은 친숙하면서도 생경함을 동시에 전해준다. 마치 이름 모를 괴물의 변형된 신체와 익숙한 히어로의 어색한 만남 등 작가적 상상이 가미된 상황극을 연출하고 있는 듯하다.

송신규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의 영역을 혼합해 자신의 체험적 기억을 작품에 옮긴다. 송 작가는 사라지고 변형되며 다시 태어나는 자연의 순리를 수행적인 제작방식으로 표현한다. 천에 안료를 수없이 문지르고 덧칠하거나 긁어내는 과정의 층위가 곧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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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호,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22-B-03-A, 2022,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외 혼합기법, 120×160cm *재판매 및 DB 금지


홍준호 작가는 사진의 프로세스를 활용한 다양한 회화적 변주를 시도한다. 평소 촬영한 이미지나 채집한 아카이브 이미지에 물리적 힘을 가해 구기거나 균열을 가게 한다. 작가는 이를 ‘비(非)사진적 사진을 만드는 과정’으로 여긴다. 다층적 혹은 촉각적 사진의 재해석이 '홍준호식' 조형언어인 셈이다.

박소영 작가는 자연의 변화를 사회, 역사, 유불선(儒佛仙)과 같은 다층적 이야기로 연결해 작업화한다. 그의 탐구력은 자연사나 인문학 또는 신화적 종교관 등을 넘나드는 광폭의 조형어법을 보여준다. 작품의 설치방식 역시 평면적인 드로잉과 페인팅부터 퍼포먼스, 영상, 음향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한 의외의 조합으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완성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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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혜, 네오플로팅 공동체, 2023, 수조, 수집된 각종 폐자재 및 혼합재료, 30x30x50cm *재판매 및 DB 금지


정승혜 작가는 ‘기후재난 시대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태도’를 작가적 신념으로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다. 가령 작가 스스로 채식을 실천하며 매일 식생활에서 발생하는 식물부산물을 모은다든지, 일상의 산책 과정에서 채집한 낙엽이나 농사부산물 등을 활용해 벽돌을 만드는 행위를 지속한다. 이렇게 제작된 벽돌은 실제 전시장에서 설치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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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중앙로에 위치한 춘천예술촌.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예술촌은?
2021년 12월 오랜기간 유후지로 남겨졌던 강원도 춘천시 옛 기무부대 관사를 리모델링해 창작공간으로 조성했다. 2022년 6월 11일 개관한 춘천예술촌은 옛 관사 8개동은 작가동 6개동, 시민창작동 1개동, 관리동 1개동으로 운영된다.

작가동은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시민창작동은 시민이 예술인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교육⸱체험공간으로, 관리동은 커뮤니티, 전시실,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다. 춘천예술촌 입주작가는 공모로 선정하며 지난해 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 10명을 모집했다. 선정된 입주작가는 계약일로부터 12개월간 창작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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