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아는 만큼 보인다...다니엘 리히터의 '나의 미치광이웃'

등록 2022-06-21 05:25:00

‘스페이스K 서울’서 23일부터 개인전

독일 대표 현대미술작가…추상같은 구상화

배우 소유진, 오디오 가이드 재능기부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눈물과 ħ Trnun Und Gesabber_Oil on canvas 220x165cm 2021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추상화 같지만 구상화다. 알고 보면 사람이 보인다.

강한 실루엣과 원색 표현이 인상적인 작품 '눈물과 침, 2021'은 전쟁의 부조리와 슬픔을 상징한다. 1차 세계대전으로 다리 잃은 독일 두 소년 병사가 목발을 짚고 나란히 걸어가는 엽서 사진을 참조한 그림이다.

독일 대표 현대미술 작가 다니엘 리히터가 손을 대자 사진은 색이 녹아내리듯 또다른 세계로 퍼져 나간다. 펑크 스타일의 화려한 나비나 휴머노이드(humanoid)처럼 역동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전쟁의 상흔과 같은 드라마틱한 감정보다 선과 색의 화면이 다양하게 읽혀질 수 있도록 실험한 작품이다.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강서구 마곡동)은 오는 23일부터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60)의 개인전 ‘나의 미치광이웃(My Lunatic Neighbar)’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제목 'My Lunatic Neighbar'는 네이버(Neighbor)의 철자를 의도적으로 바꿔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보여준다.

작가는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달으면 지루해 진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에서 서사가 본격화되는 2000년 회화부터 인체의 형상에 집중하는 근래의 회화까지 20여 년간의 여정을 소개한다.

 정치,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 세계를 조망해 볼 흥미로운 기회다.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배우 소유진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투아누스 Tuanus_Oil on canvas_252x368cm 2000
◆다니엘 리히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펑크 록 밴드의 포스터와 앨범 재킷을 그리는 것으로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20대에 사회 운동과 음악에 심취했던 작가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함부르크 예술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예리하면서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신문 기사, 잡지, 영화, 미술사, 광고 등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미지를 재해석해 작품의 재료로 활용한다. 동시에 우리 삶의 공포와 불안을 포착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화로 펼쳐낸다.

1990년대는 추상회화의 자유로움을 실험하며 최대한의 시각 재료를 담은 화면을 구성했다. 2000년대 이후로는 구상성과 서사가 강하게 드러난다. 이 시기는 사회적 이슈를 환각적이면서 거친 화풍으로 그려내 역사화의 성공적인 현대적 변주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2015년 이후로 추상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회화로 다시 한번 변화를 시도했다. 이때는 인체의 형태로 범위를 줄이고 몸의 동적 움직임에 주목하여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전시는 9월28일까지. 관람료 5000원~8000원.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스페이스K 서울 전시전경

한편 ‘스페이스K’는 2011년 과천에서 시작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이다. 2020년 9월 강서구 마곡동에 확대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예술을 활용한 코오롱의 차별화된 예술사회공헌 활동으로 그간 국내 신진작가, 재조명이 필요한 중견작가 등을 발굴해 전시 기회를 제공해 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