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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정숙도 전시 축하....문준용 '별을 쫓는 그림자들'

등록 2021-11-26 14:04:54  |  수정 2021-11-26 15:21:18

경기 파주 '스튜디오 끼'에서 개인전

증강현실 이용한 미디어아트 신작

논란됐던 예술위 지원금으로 제작

시점 추적 아나모픽 기술 개발...관객과 일심동체 그림자 눈길

개막일 김정숙 여사 방문 관람...축하 화분 보내

"의외로 괜찮다...감동" 입소문...관람객 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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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준용 '별을 쫓는 그림자들' 영상 캡처.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예술과 기술의 공통점은 열정을 먹고 자란다. 댓가는 영원한 사랑이다.

"감동이다", "의외의 전시"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는 전시가 있다. 

경기도 파주 '스튜디오 끼'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설치작가 문준용의 신작 개인전이다.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온 'Augmented Shadow(증강 그림자)' 연작으로 작품 제목은 '별을 쫓는 그림자들'이다. 6명의 그림자들이 물고기떼들과 유연하게 움직이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한 관객이 체험 가능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위치 추적 센서가 부착된 손전등을 그림자에 갖다 대면 관객과 일심동체가 된다.

 



관객이 움직이는 조명 장치 각도에 따라 영상 그림자가 빛을 받아 입체를 찾아나간다. 특히 그림자들이 그림자를 떼내어 새로운 입체를 만들어 내기도 해 신기한 경험까지 선사한다.

"기존 작품은 증강현실에서 명암이 아니라 시점만 추적하는데 이번 작품은 관객이 들고 다니는 손전등에서 광원이 나오고 거기에서 명암이 반영돼 더 현장감과 현실감이 있게 됐다"

문준용 작가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시점 추적 아나모픽(anamorphic,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착시 현상을 이용한 기법)기술을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움직이는 관객의 눈 위치에 입체의 시점을 맞춰, 전시장 벽면과 바닥의 평면 영상이 입체로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특수한 세계관, 평면과 입체의 경계인 그림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작품 구상에만 1년이 걸렸다. 이야기를 직접 창작했고, 그림자 캐릭터도 직접 디자인했다.

이 기술은 '증강현실에서 움직이는 광원의 위치를 반영하여 영상을 처리하는 방법 및 장치'로 지난해 특허로 등록되기도 했다.

'별을 쫓는 그림자들'은 논란이 됐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 6900만 원을 받아 기획된 전시다. 영상을 쏘는 프로젝터 5대 등 10일 동안의 장치 대여료만 2800만 원에 달한다. 그래픽 제작에 5명, 장비 전문가 3명 등 이번 프로젝트에 모두 10여명이 함께 했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로 특혜 논란이 이어지면서 전시도 어렵게 마련됐다. 전시장을 빌려준다는 화랑이 없어 난항을 겪다 스튜디오 끼에서 대관을 해줘 전시가 시작됐다.

'대통령 아들'이라는 계급장은 떼기 쉽지 않다. 전시 개막(20일)에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다녀갔다. 흔적은 작은 화분에 남겼다. '전시 축하드립니다 문재인 김정숙 대통령 내외'라고 쓴 분홍 리본이 작은 고무 나무에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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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디어아트작가 문준용의 신작 개인전 영상 캡처.

이번 신작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전시를 본 관객들은 "생각보다 괜찮다"는 반응이다. 특히 아이와 함께 가족이 놀이처럼 체험할수 있는 작품으로 어렵다고 느꼈던 미디어 아트를 가깝고 재미있게 느끼게 됐다는 분위기다. 한 관람객은 "아버지 직업으로 인해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앞으로 대통령 아들이 아닌 문준용 작가'로 다시 보겠다"고 전했다. 

영상을 본 미술인들은 '문준용은 미래형 작가'라고 했다. 국내 최고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기법이 신선하다. 이 점이 큰 강점"이라고 했다. "체험형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여서 대중성도 있다"며 다만 아쉬운점은 작품의 깊이 스트리텔링을 더 보완한다면 더 좋은 작가가 될수 있는 훌륭한 작가"라고 짚었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디지털 세대의 감성을 실재와 허상 그리고 환영이 어우러진 그림자 인간 모티브로 해석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특히 연극적 연출기법으로 단순화시킨 애니메이션 장면들이 쉽게 다가오지만, 그 이면의 주제의식은 깊은 여운을 전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미술관 한 관계자는 "2012년 갤러리고도에 연 첫 개인전에서 그림자놀이를 처음보고 놀랐었다"며 "문준용 작가의 작품은 미디어 인데 인간미가 있고 사람 냄새가 난다"며 이렇게 전했다. "그 당시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전시장은 되게 작았는데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화면과 나를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면서 이 작가 참 사람 냄새나네, 했었다. 검색해보니 당시 문재인 후보 아들이어서 더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는 "좋은 평론가, 미술계와 교류하면서 성장한다면 더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가 될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아쉬운점이 있다면 미술사에 기록되야할 지역적 독창성이 아쉽지만, 그래도 전시때마다 진화하는 작가라 다음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 갤러리 대표는 "미래형 작가라는데에 동의한다"고 했다. "미디어 아트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문준용 작품은 기술과 감동도 있어 메타버스, NFT 시대에 맞춰 K-아트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미술작가들과 협업하는 작곡가 김형석도 "전문가가 아닌 내가 봐도 좋아 보인다. 시간 되는 분들은 파주(전시회)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고 트위터에 올려 전시를 홍보했다.

전시는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스튜디오 끼에 따르면 큰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이 나 하루 200명 넘게 관람객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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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준용 '별을 쫓는 그림자들' 영상 캡처.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은?

문준용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도 활동 증강현실 등의 실험 미디어와 컴퓨테이션을 활용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5년 스타트업 게임회사인 '티노게임즈'를 공동 설립해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첫 출시된 모바일게임 '마제스티아' 디자인을 담당했다. 건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파슨스스쿨에서 석사를 마쳤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Microwave, Onedotzero, FILE, Cinekid, Scopitone 등의 국제 전시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금호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에서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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