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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아트클럽]호암미술관 품격과 파격...'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전

등록 2021-11-04 10:55:11  |  수정 2022-01-21 18:28:01

40년만에 새 단장...정구호 디렉터 맡아 세련미

"박물관에서 변신...동시대 미술 흐름과 호흡"

선사시대 유물 국보·보물·현대 장인 작품 등 45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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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기획전 '야금: 위대한 지혜'전이 12월 12일까지 열린다. 총 4부로 나눠 여는 이번 전시는 국보 5점을 비롯해 총 45점을 선보인다. 사진=호암미술관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인간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전시다.

거친 자연에서 가장 귀한 창조물을 만드는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영리함은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특히 노출 콘크리트 공간에 쇠로 만든 파티션과 쇼케이스를 사용한 파격적인 전시 연출은 위대함과 경건함을 동시에 전한다.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전시는 호암미술관이 40년만에 새 단장해 선보여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휴관했다가 지난 8일 다시 문을 열고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선사시대 유물부터 현대 야금을 대표하는 국가무형문화재(한국공예장인)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국보 5점, 보물 2점, 현대미술 9점, 국가무형문화재작품 5점 등 45점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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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전경.


◆호암미술관 40년만에 새 단장

경기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1982년 4월 개관한 사립 뮤지엄이다. 호암(湖巖)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창업자가 생전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 미술품을 바탕으로 설립했다. 한국 전통미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호암의 뜻에 따라 주로 고미술품 전시를 펼쳐왔다.

반면 이번 전시는 고미술품이지만 컨템퍼러리 전시처럼 파격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잊힌 미술관처럼 돼 있는 호암을 리뉴얼"한 이유다.  호암과 리움이 태생에 차이가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전통문화를 융합하는 방향에서 함께 나아간다는 것이다.

삼성문화재단측은 "호암은 옛 작품들만 전시하는 박물관처럼 인식이 됐지만 이젠 국내를 넘어 세계 미술계에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글로벌 뮤지엄이 되기 위해 당대 미술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움에 이어 호암미술관 리뉴얼 작업도 패션디자이너인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맡았다. 편의성과 미적인 측면을 고려한 콘셉트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창립 40주년이 되는 내년 4월까지 리뉴얼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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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기획전 '야금: 위대한 지혜'전이 12월 12일까지 열린다. 총 4부로 나눠 여는 이번 전시는 국보 5점을 비롯해 총 45점을 선보인다. 사진=호암미술관 제공.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 전...국보 보물등 45점 전시

‘야금(冶金)’은 광석의 채굴에서부터 금속을 추출, 정련하여 사용 목적에 적합한 형상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금속 유물의 제작 기술이나 장식 기법 등에 치우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각 시대의 상징이자 위대한 지혜로서 야금에 대해 조명한다. 더불어 야금에 깃든 지혜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창의적으로 계승되어 오늘날 예술의 영역에서 조각, 설치미술, 영상 등 다양한 작품들을 탄생시키고 있는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한다.
 
전시는 선사시대 청동기 유물 중심의 1부 '자연과 신: 오랜 추상과 상징의 미학'으로 시작하여 2부 '왕: 숭고한 권위와 호국의 염원', 3부 '부처: 적멸의 빛과 해탈의 울림'에서 고미술 분야 전반에서 야금의 전통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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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금관 및 부속 금구, 가야, 5~6세기, 금(金), 옥(玉) , 금관 : 높이 11.5cm, 지름 20.7cm, 부속금구 : 길이 7.5~10.2cm, 국보(國寶)


국내 현존하는 가야 금관 중 유일하게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금관'도 전시됐다. 당시 가장 귀한 재료인 순금과  옥에 세밀한 제작기술이 접목된 한국 고대 야금의 정수를 간직한 작품이다. 가야의 우수한 철기문화를 상징하는 '철제 갑옷'을 통해 한국 야금 기술이 초기 장신구 위주에서 나라를 지키는 실제 무구들로 확산, 발전되는 양상을 살필 수 있다.

마지막 4부 '예술: 위대한 지혜와 영원한 예술'에서는 현대 야금의 전통과 계승을 대표하는 국가무형문화재(한국공예장인) 작품과 현대 작가들의 조각, 공예, 영상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야금에 깃든 위대한 지혜를 폭넓게 보여준다.

선조들이 남기 예술력과 함께 서양 작가의 작품도 어우러져 이 시대 '야금' 문화가 인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존 배의 '원자의 갈비뼈'는 가는 철사를 용접하여 정교하고 복잡한 유기적 형태를 구축하며 인종과 연령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들의 살과 피와 뼈의 원자는 동일한 구조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삶에 기초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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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기획전 '야금: 위대한 지혜'전이 12월 12일까지 열린다. 총 4부로 나눠 여는 이번 전시는 국보 5점을 비롯해 총 45점을 선보인다. 사진=호암미술관 제공.

한편 이번 전시는 직접 관람을 못해도 현장서 보는 것처럼 친절하게 진행한다. 책임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을 호암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고, 11월에는 금속공예 기법 소개 영상도 공개한다. 용두보당, 청동은입사향완 등에서 볼 수 있는 세밀한 전통기법을 영상으로 재현하여 방문 전 볼 수 있게 유튜브에 게시(누금 기법, 은입사 기법, 아말감도금 기법, 금박도금기법)한다.

전시 오디오 가이드 '큐피커(Qpicker)' 앱을 통해 전시 및 전통정원 '희원' 설명도 제공한다. 전시는 관람 2주전부터 온라인 예약해야 한다. 관람은 무료. 전시는 12월12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