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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머핀서울, 故 서세옥을 기억하며...'인간 군상' 7점 전시

등록 2021-08-04 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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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세욕, Dancing Two People, 2000s, Ink on mulberry paper 13.39 x 22.44 inches (paper), 34 x 57 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검은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저 언덕 위의 흙으로 돌아간다.이것이 인생의 상궤(常軌)다."

2020년 11월 향년 91 세로 타계한 한국 수묵추상의 대가 故 산정 서세옥이 생전 했던 말이다.  그는 "이러한 인생의 상궤를 뒤집어 놓고 보면 ‘삶’이란 누구를 위해 슬퍼하고 기뻐할 것이며 또 누구에게 꺼벅 기울어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길목이 되기도 한다"며"화가의 붓끝은 이 뿌리 없는 우리의 서글픔을 놓쳐서도 안된다"고 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화가의 붓끝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 삼청동 리만머핀 서울이 오는 5일부터 서세옥의 대표 작품 '인간 군상' 7점을 전시한다. 2018년 뉴욕웨스트 22번가에서 열린 리만머핀에서의 첫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전시다.

 '인간 군상' 연작은 일필휘지와 먹맛이 압권이다. 故 서 화백이 오랜 명상을 통해 나온 작품으로 인간, 그 대상의 본질만을 고도로 정제된 점과 선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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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uh Se Ok in his studio, 2018Photo by Joo Yeon Lee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서세옥은 한학자이자 항일 지사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서예와 시에 능했다. 문학에 뜻을 두었으나 미술로 진로를 바꾸어
1946년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 아카데미로 개설된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제 1회생으로 입학했다. 정부 수립 이후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창설된 1949년 제 1회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재학생 신분으로 동양화 부문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의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모두 겪은, 해방 후 1세대 작가로 서예와 시에서 유래한 ‘문인화(文人畫)’의 요소들을 재해석하며 동양화에서 추상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가 1960년 창립한 ‘수묵 숲 단체’라는 의미의 ‘묵림회(墨林會)’는 동양화단의 현대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문인화풍 수묵 담채를 해체하거나 앵포르멜의 방법론을 다양하게 결합시킨 ‘수묵 추상’을 시도하며 혁신을 일으켰다.

1957년 구체적인 형상 대신 ‘점’과 ‘선’을 변주하며 붓이 머금는 먹의 농담과 두께, 붓의 이동 흔적들을 실험했고, 1970 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인간'에 천착했다. 정제된 점획과 번짐, 여백으로 구성된 일련의 '사람들' 연작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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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UH SE OKPeople, 1995ink on Korean mulberry paper101.57 x 63.78 inches258 x 162 cm© The Estate of Suh Se Ok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그가 세운 인간의 ‘상(象)’은 원형에 가까운 추상적 기호로, 맑고 짙은 먹의 구상과 추상을 넘나든다. 서세옥 화백은 생전 인간군상에 대해  “점이 이어진 선들이 거대한 원을 이루고, 이 원은 출발점도 종착점도 없이 순환된다”고 했다.

나이, 인종, 성별의 구분이 없는 서세옥의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오랜 문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그의 70 여년 화업의 정수라고 평가 받고 있다.
 
한편 리만머핀갤러리는 라쉘 리만(Rachel Lehmann)과 데이비드 머핀(David Maupin)이 1996년 미국 뉴욕에 설립한 세계적인 화랑이다. 뉴욕, 홍콩, 서울, 런던에 지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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