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두 팔 없어도 '행복한 화가'...석창우 "생의 찬미할수 있어 감사"

등록 2021-08-03 06:03:00  |  수정 2021-08-03 09:11:38

전기에 감전 양팔 잃어...수묵크로키 창시자

의수로 붓글씨 성경필사 도전 7년만에 완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 성경 필사하는 장면.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죽다 살아난 사람'은 달랐다.

그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하려했고, 결국 안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하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38년전 1984년 10월 29일, 2만2900V 전기에 감전됐다 깨어났다. 살아난 대가는 가혹했다. 두팔이 사라졌다.  '양팔이 없는 사나이'로 불렸다. 아내의 남편이자  두 자식의 아버지였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철 모르는 4살짜리 아들때문이었다. 그림책을 보며 그림을 그려달라는 아들은 빛이었다.  고리에 볼펜을 끼워 무턱대고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 20년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기운생동해졌다.  붓질의 자유로움은 그를 '수묵 크로키' 창시자로 우뚝 세웠다. 

"팔 없이 산 30년이, 그 전 30년 보다 더 행복하다"는 석창우 화백이다.

어깨죽지에 단 '로보트 팔'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플라스틱 팔에 단 갈고리에 끼운 붓은 화선지에서 춤판을 벌인다. 망설임도 없이 '일필휘지'로 그려나가는 붓질은 감탄의 연속이다. 살아있음의 환희, '생의 찬미'를 보여준다.

2010년부터 본격적인 전시와 수많은 퍼포먼스로 기적을 알렸다. 2014년 소치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패럴림픽,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유명세를 탔다. 그의 작품은 초등학교 학습만화, 중학교 교과서 6종, 고교 3종 등 11종의 교과서에 게재되고 영국 BBC 월드뉴스와 일본 NHK 뉴스, SBS 스타킹, KBS 아침마당, 강연 100도C, 열린음악회, MBC 성탄특선 다규 등 100회 이상 방송에도 출연했고 SK브로드밴드의 CF까지 출연했다.

그러던 그가 다시 도전한 건 성경 필사. 기운생동한 수묵 크로키와 달리, 촘촘히 찬찬히 작은 글씨로 써 내려가야하는 기행같은 도전이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석창우 화백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 장면.

2015년 1월 30일 시작해 2017년 8월 20일까지 3년 6개월 만에 완필한데 이어 가톨릭 성경을 지난 7월 27일에 마무리했다.

“제게 양팔이 있던 30년의 삶과 양팔이 없던 30년의 삶을 생각해 보니 양팔이 없이 살아왔던 삶이 훨씬 행복했던 거예요. 그래서 여호와께 감사했고 그 보답을 생각하다 성경 필사를 시작했지요."
  
의수에 의지해 붓글씨로 하루 4~6시간씩 써 내려간 기독교 성경과 가톨릭 성경 두 권을 6년 7개월만에 완필했다.

석 화백이 써 내려간 성경 필사는 길이 25m, 폭 46cm 두루마리 화선지 총 206개 분량으로 총 길이가 5128m에 이르며 필사에 사용된 붓만 17자루에 이른다.

그는 "양팔이 절단된 채 중증장애인으로 30년을 살았지만 나이 환갑이 되어서야 여호와(하나님,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필사를 완필하게 된 건 코로나19 탓도 있다. 수없이 이어지던 전시와 공연, 강연 등이 취소되면서 성경필사에 집중할수 있었던 것. 반면 이 덕분에 2018년 석창우 폰트체도 개발,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도 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석창우 화백 글씨

성경 필사를 마친 석 화백은 팬데믹 시대,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다시 간절해졌다.

 "붓글씨로 성경 필사를 마친 두루마리 성경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은 ‘코로나19와 십자가’란 주제로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살아있음의 감사함'을 널리 전하고 싶네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