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박현주 아트클럽] '칼 맛' 아는 작가 송진화 '지금 여기'

등록 2018-08-16 15:47:45  |  수정 2018-09-04 09:15:37

3년만에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17일부터 개인전

식칼든 여인에서 주먹쥔 활짝 웃는 여인으로 변신

소나무 깎아 눈만 있는 얼굴, 손가락·발가락에 감정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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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6일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송진화 작가가 주먹을 꽉 쥐고 '다 덤벼라'하는 조각 앞에서 편안하게 포즈를 취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분노가 재산'이었던 여자는 그 재산을 탕진했다. 옷을 벗어던진 채 식칼을 가슴팍에 겨누던 여인은 이제 '우리의 날은 아름다웠다'며 활짝 웃고 있다.

 불과 3년만이다.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랄도 할 만큼 하면 해소되니까. 모두 뽑아냈다고 해야하나요."

 나무 조각가 송진화(55)가 나지막이 말했다. 16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만난 작가는 한결 여유로워보였다. 강렬한 작품처럼 '쎈 언니' 포스의 작렬함도 감춰졌다.

 "딸을 결혼시켜서 마음이 자유로워져서일까요?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하네요."

 3년만에 여는 이번 신작 개인전은 덤덤하고 담담하다.

  "목까지 차오르는 울컥하는 느낌을 풀어내고 싶은 마음에 식칼을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깎아서 선보이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내 마음, 내 감이 느끼는대로 표현했다"는 이전 작품과 달리 "지금의 상황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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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송진화 작가가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3년만에 여는 신작 전시에 선보인 나무 조각을 소개하고 있다.


  속에서 바글거리고, 지글거리는 것을 후벼파내 섬뜩하게 쏟아냈다면 이번 작품은 전시 타이틀(Here and now)처럼 '지금 여기'에서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한다. 

  작품속 여인드 하얀 이를 드러내 활짝 웃거나 골똘히 생각을 하고, 반려묘들과 물구나무를 서며 신난 모습이다. 작품들은 영락없이 작가다.
  
  긴 속눈썹에 공들인 눈과 달리 따져보면 얼굴은 엽기다. 코와 입이 없기도 하고, 코가 없는 조각이 태반이다.

  "눈빛만으로 모든 걸 보이겠다"는 자신감이었는데, 작가는 "코와 입이 없는지도 모르고 조각했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전시때 한 관람객이 코가 없다고 해서, 작품을 제작한지 12년만에 저도 그때야 알았어요."

  반면 손가락과 발가락은 극사실화 못지않다. 주먹을 쥐고, 치마를 쥐어잡은 손가락은 보는 사람까지 힘이 들어갈 정도로 실제같은 에너지가 넘친다.

  "무의식 속에 행동하는 손은 솔직함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손을 조각할 때 공을 더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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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009년 5월 UNC갤러리에서 연 개인전(왼쪽)과 2015년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었던 개인전에 선보인 식칼과 함께 한 강렬한 나무조각은 송진화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미술시장에 각인됐다.

 송진화 작가는 나이 마흔에 첫 전시를 열며 '경단녀'를 탈피했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수묵화로 전시를 열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결혼하고 출산하며 자연스럽게 그림은 멀어졌지만, 붓이 아닌 톱과 칼을 잡은 건 "몸을 움직여야하는 체질"이었기 때문.

 한국화가에서 2009년 처음 선보인 나무조각전은 파격적이었다. 깨진 소주병에 걸터앉아 서 있고, 식칼 위에서 서커스 하듯 서 있던 여성 조각은 그야말로 '여성을 위한 굿판' 같은 전시로 돌풍을 일으켰다. 일상의 불안과 서글픔을 강하게 드러내며 솔직하게 여성들에겐 카타르시를, 남성들에겐 공포와 두려움을 선사했다.

 "한국화를 하면서 재미가 없었어요. 80년대 초부터 '동양화란 무엇인가?' 화두였어요. 서양화기법으로 한지에 그린다고 동양화일까?등 무수한 생각과 고민끝에 멈춰 공백이 길었는데 2006년부터 나무를 깎아 작업하면서 답답한 마음이 풀어지게 됐어요."

 우연히 목조각인 꼭두를 본게 시작이었다. "내가 갖고 싶을 것을 만들어 본 것"이 나무 조각을 하게 된 계기다. 나무는 주로 소나무, 오동나무, 은행나무, 참죽나무, 향나무를 사용한다. 나무마다 특성을 살리고, 고유의 결과 옹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쓸모없는 것들을 주워온다.(그래서 대형조각이 없다)

 "이제는 보기만해도 버려진 나무에서 여인의 모양과 흔적이 보인다"는 작가는 '돌 속에서 형상을 끄집어 내는'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심정과 통한다.

 "큰 톱을 들고 나무를 칠때의 그 느낌은 통쾌합니다. 이 과정만큼은 작품이 밀려 조수가 생겨도 넘기지 않을겁니다. 톱으로 치고 칼로 파내는 그 칼 맛이 여전히 좋습니다." 

 그의 조각은 나무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 옹이를 살려 나무 고유의 자연적 특성이 드러나 자연친화적이다. 나무로 조각된 여인상은 재료의 물성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자아내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는 작가가 살아온 인생의 여정을 돌아보게 하고, 마치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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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우리의 날은 아름다웠다. , 2016, 감나무, 30x70x170(h)cm

  여인상은 나무의 거친 표면이 살아있기 보다는 대체로 단아하게 다듬어졌다. 특히, 얼굴 부분은 매끈하고 광택이 나도록 완벽하게 다듬는 마감처리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작품에 따라 그 기법을 달리하여 자신만의 효과적인 표현방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Here and now(2018)은 나무의 결을 극대화시켜 얼굴을 표현함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전하고, '덤벼!'(2017)의 경우 여성이 입은 옷자락은 면적인 요소를 강조하여 깎는 방식으로 단조로움을 벗어나고자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들은 매력적이고 위트 있는 표정과 몸짓의 아이로 등장, 인물들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분노로 울고 불고 난리치며 굿풀이 같던 이전과 달리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강렬했지만 공포감으로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던 이전 작품과 달리 활짝 웃으며 얌전하면서도 힘있는 작품은 소장욕구를 부르는게 큰 수확이라는게 갤러리측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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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송진화 작가가 3년만에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17일부터 연다.

  작가 송진화는 "인생이란 열심히 살아야하고 가치 있고 보람차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며, 정말 그렇게 묵묵히 살아왔다"고 했다. 힘들고 마주하기 싫었던 순간들을 견뎌가며 자신에게는 매우 혹독하게 채찍질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격려하고, 내가 어디에 놓여있는지 바라보며 ‘여기, 지금’을 누리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이번 작품들은 지난(과거) 것에 대한 해소 과정이자, 삶 속에서 생기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녹여낸 것이다.

 17일부터 펼치는 이번 전시에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제작한 작품 총 25점을 보여준다. 지난 전시에 공간을 마치 연극무대와 같이 연출하여 이야기가 있는 전시구성을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재료의 물성과 작품의 내용, 조형적 특징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다.

 작가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모습과 꼭 닮은 존재를 친구처럼, 자식처럼 함께 담아냈다. 짐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 위로가 되고 의지되는 존재를 통해서 삶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상실감, 외로움을 치유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래도 여전히 섬뜩함의 흔적은 남아있다. 여인 조각의 머리 색깔의 붉은 색은 "피가 말라붙은 색"으로 작가의 예민하고 감수성이 뛰어난 증서같은 표시다. 특히 굵직하면서도 섬세하고 유려하게 파낸 '칼 맛'은 송진화 조각의 '참 맛'을 느끼게 해준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는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첫 귀절이 떠오르는 전시다. 이전 송진화의 강렬한 조각에 취했다면 심심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세월앞에 장사없다.  
 
가슴이 뻥 뚫린채, 배시시 활짝 웃는 조각이 말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전시는 9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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