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박현주 아트클럽] 이강소 "내 작품은 '단색화'가 아니다"

등록 2016-03-14 17:57:36  |  수정 2017-11-14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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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프랑스 셍테티에느 근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이강소화백이 작품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단색화'로 분류 됐지만 출발부터 달라"
"순간 순간 환상 만들어내는 것이 내 작업"
프랑스 셍테티엔느 미술관서 초대 개인전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내 그림의 표현은 내가 흥분해서 그린 희로애락이 아니다. 감정을 자제해 희로애락을 없앤 상태에서의, 그냥 즉각적인 제스처다."

  일명 '오리작가'로 유명한 이강소(73)화백이 "나는 단색화가가 아니다. 내 작품도 단색화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2012년 이후 뜬 '단색화가'로 분류되어 국내외에서 주목받아온 것과는 상반된 말이다. 박서보 하종현 정상화 정창섭을 이어 '단색화가'로 꼽히는 그는 지난 6일 프랑스 케르게넥미술관에서 개막한 단색화 특별전에도 참여했다.

 이 화백은 "어떻게, 그렇게 됐지만, 나는 처음부터 출발이 단색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회화과 출신으로 1970년대 초반부터 한국현대미술 태동기를 함께 써왔다. 실제로 혁신적인 퍼포먼스와 설치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화백은 단색화의 시초인 서구의 '모노크롬'과 일본의 '모노하'를 비교하며 "'단색화'의 의미를 두는 순간 약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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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이강소 개인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가로 872cm에 그려진 'Emptiness-09260'을 감상하고 있다.
'단색화'는 현재 '단색화'로 봄날을 누리고 있는 '박서보 화백이 시작이다. 이강소 화백은 "박 화백이 1975년대 작품을 발표하면서 '내 작품은 모노크롬이다"고 주장했지만 "'단색화'라고 확실히 규정된 것은 아니다" 고 했다.

 단색화는 '마케팅 수단으로 메이킹'됐다. 이 화백은 "일본에는 모노하 그룹이 있어서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전시되는 것에 비해 한국에는 집약된 이념이 없이 좀 뭣하지 않나"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단색화' 탄생배경을 집약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씨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단색화전을 하자고 해서 시작이 됐고, 이어 국제갤러리가 해외에서 선보이면서 오늘날 '단색화'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덕분에 팔순의 화백들이 '단색화'로 봄날을 맞고, 'K-팝'처럼 한국미술이 세계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게됐다. 하지만 "이게 문제"라는 게 이화백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현대미술은 단색화전이 중심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낳게 한다는 것이죠.  나는 단색화라는게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모노크롬 작업은 1970년대 중반부터 활성화됐다. 이 화백은 "현재 단색화가가 주목받는 것은 한국적인게 어떤 것이냐라는 것"이라면서 "70년대 활동 세대들의 작업은 상당히 다양하다. 작가들을 더 조명하지 못해서 그렇지, 조명하다보면 좋은 작가가 많다. 개개인의 좋은 작업이 많다"고 '단색화'로만 구분된 현 미술계에 대해 지적했다.

 서구인들이 한국의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이 화백은 '문명의 전환'때문이라고 논리를 펼쳤다. "미니멀인 서구미술이 모더니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300년~400년에 걸친 모더니즘 관습이 단번에 깨질순 없기 때문이죠.

 이 화백은 '과학자'같은 면모를 보였다. "과학(화학)은 모든 사물이나 우주가 연관되어 있는 유기적인 구조로 되어있다는 것을 증명해왔어요. 20세기를 흐르는 동안에 아인슈타인, 양자물리학등 화학의 변화는 엄청납니다. 우리 존재는 따로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죠."

 '모너니즘'은 '개인이 있다'고 증명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리차드 세라가 쇳덩이를 놓는 것, 재스퍼 존스가 캔버스를 앞에 있게 하는 것 등은 '보는 사람의 존재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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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이강소 개인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화백의 'Emptiness-13108'을 감상하고 있다.
이 화백은 "미니멀 아티스트들이 물감을 물체화시키는 것, 이것도 내 앞에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모더니즘을 훼손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탁자에 있던 스푼을 집어든 이 화백은 "이 스푼도 스푼이 아니고, 내가 스푼으로 보기때문에, 스푼의 모양으로 입자가 모여서 인식되기 때문"이라며 "과학이 증명한 것은 '사물은 이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봄으로 해서 즉각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더니즘의 사고방식을, 과학은 부정을 하는데, 관습을 탈피못하고 있는게 기계론적인 사고입니다. 분해하고, 분석하고… 이런점이 잘 드러나는게 팝아트죠."

 하지만, '전통적인 관습'은 '과학이 증명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

 "산수화를 생각해봐요. 그림속에서 즉각적으로 기운이 돋아나고 교류를 합니다. 베개를 베고 누워봐도 산속을 걸어 다닐수 있어요. 그 속에서 모든 것을 이해를 하고 파악을 하게되잖아요?"

 이 화백은 "우리가 살아온 관습은 내가 따로 존재하고 있다는 의식으로 살아온게 아니라, 같이 공존하면서 그 구조속에서 살아온 것"이라며 '우리의 전통'을 극찬했다. 나이탓이 아니다. "서양(서구)사람들이 한국의 현대미술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측면에서 한국의 현대미술은 상당히 전망이 밝지요. 단색화는 출발이지 끝이 아닙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작가들이 나올 것입니다."

 이 화백의 작품은 현대적이면서 전통적이다. 그림인듯 서예인듯하다. ‘허’(Emptiness)시리즈는 춤을 춘다. '텅빈 충만'이다. 서예의 일필휘지를 연상케 할 만큼 즉흥적이면서도 율동감 있는 선(線)의 세계를 보여준다. 빈 여백이 주는 기운의 흐름이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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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프랑스 생테티엔느 근현대미술관에서 4일부터 10월 16일까지 이강소 개인전이 열린다.
이 화백은 "내 작업은 관객이 순간순간 환상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푸근한 미소를 띄면 말을 이었다. "나를 '오리 작가'라고 그러잖아요?. 허허허. 그런데 나는 오리를 잘 그려서 관객에서 잘 보이게 하는게 아닙니다."

 "실은 내가 그린게 오리인지 거위인지 나도 잘 몰라요. 획을 막 긋고 전혀 상관없는 오리를 집어넣고, 집을 넣고, 보트를 그리는 것. 이건 구체적으로 관습에 맞는 화면을 만드는게 아니라 무책임하게 집어넣는 거거든요."

 이렇게 그리는 이유가 있다. "보는 사람이 그냥, 멋대로의 환상을 갖게 되는거죠. 이건 동시성도 없는 것이에요"

 이 화백은 "피카소는 동시성은 있다고 앞뒤로 이상한 그림을 그렸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면서 "내 그림은 보는 사람이 즉시 시공간을 인지하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오리같고, 힘이 있는 표현적인 그림인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 구조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1973년 명동화랑에서 연 이강소의 첫 번째 개인전은 파격이었다. 전시장에 낡은 탁자와 의자를 가져다놓고 '막걸리집'을 열었다.

 이 화백은 "그때 당시는 어떻게 평면을 벗어나고, 갤러리를 벗어나고 전통 조각을 벗어나려는 아주 자유로운 '형식의 개발시대'였다"고 회상했다. "대지예술이다, 바람예술이다 온갖 헤프닝등 사진 비디오등 미술의 영역이 다양하게 확산되는 시기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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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프랑스 큐레이터로 유명한 로랑헤기 생테티엔느 미술관장과 이강소 화백이 포즈를 취했다.  
그 시절, 젊은작가 이강소는 '평면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야망을 가졌다. '막걸리집 형식'을 평면에 혹은 입체에 대입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 "그런 컨셉으로 하면 될 것이다 했는데 안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거지요."

 그가 첫 개인전때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하는 자세가 있다. '열린 세계'다.

 "나는 개인으로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그때도 관객이 들어와서 마시든 뭘 하든,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었어요. 작가가 개입한 것은 늘어놓았다는 것뿐입니다. 모두가 관객 자신이 판단하고 경험하고 그런 기회를 주는 것, 그게 제 작업의 시작입니다."

  '단색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단색화의 수혜자인 이 화백의 개인전이 프랑스에서 지난 4일 개막했다.  프랑스의 유명 큐레이터인 로랑헤기가 관장으로 있는 생테티엔 근현대미술관에서 초대한 전시다.

 이 미술관은 2007년 박서보, 2011년 정상화등 단색화가들의 전시를 연바 있다. 자기억제를 통한 절제적 엄숙함과 단색화적인 우아함에 매료되었던 유럽관객들에게 한국의 추상회화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강소의 작업은 자유로운게 특징. 회화에서 사진 조각의 영역까지 넘나든다. "모든 것은 환상"이라는 이 화백은 "자유로운 인간으로서의 조화를 위해 예술가는 사고전환을 빨리 할수 있다"며 "실패, 실패하면서 살아가는게 예술가인데, 젊어서 한 것을 늙을때까지 지속하는 건 바보 예술가"라고 말했다.

 이성 중심의 작업보다 직관이나 감성을 중시하는 작업이다. 시공간 초월, 자유로움이 더욱 돋보이는 건 조각이다. 세라믹으로 만든 조각은 일반적으로 보면 '이상한', 실패한 작품같다. 던져져 뭉개지고 묵사발된 것 같다.

 이 화백은 "흙을 던지는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요즘은 매일 던진다"면서 "옛날에 던진것하고 지금 던진것하고 다르다. 그게 이상해요. 다시 보면 상대가 안된다"며 허허 웃었다. "단색화가로 규정짓지 마세요. 저요?. 모더니즘을 탈출하려는 작가로 봐주세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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