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박현주 아트클럽]억대 그림 위작 시비, 이우환 뿐 아니다

등록 2015-10-22 01:16:53  |  수정 2017-11-14 11:05:05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이우환 작 '점으로부터' (72.3×60㎝, 1978, 추정가 3억5000만~4억5000만원)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이번엔 반대다. 1991년 천경자 화백이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한 것과 달리 2014년 이우환 화백은 "정말 한 점도 가짜가 없었다"고 했다.

 "어떻게 내가 낳은 새끼를 몰라보겠느냐." 천 화백의 이 말은 위작 논란이 일 때마다 늘 회자된다.

 21일 이 말은 24년만에 다시 재생됐다. 일명 '나까마 화랑'으로 유명한 인사동 모 화랑에서다. 이 화랑은 이우환의 '점으로부터'(6호 크기)와 4호 크기 판화를 판매하고 있었다. 마침 손님이 있었다. 수십점이 걸렸지만 이우환 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유명한 작품 아니냐"며 "얼마냐"고 물었다. "판화는 200만원, '점으로부터'는 2억5000만원이다." 손님은 "진짜 좋다"면서도 발길을 돌렸다.

 이 화랑에서 팔고 있는 '점으로부터'는 1975년 작이었다. 사인에서도, 색상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이 작품은 진품감정서를 받은 것이다. 이 작품이 가짜라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화랑 주인은 "작가가 '자기 새끼를 몰라보겠느냐' 모두 내 작품"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위작 유통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절대 가짜는 팔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장사를 못한다. 미술품 장사는 투명하다"는 말도 했다. 이 화랑은 '위작 논란'의 화살을 감정협회로 돌렸다. "감정위원들이 작품을 시기별로, 주제별로 못보는, 안목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우환 화백과 감정협회와 갈등이 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하지만 20일 경찰이 이우환 화백 작품의 위작을 유통했다는 인사동 화랑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2~3년 전부터 미술시장에 떠돌던 '이우환 위작 논란'의 꼬리가 보인 셈이다. '위작'은 밝혀질 수 있을까? 이우환 화백 전속 화랑인 현대화랑은 "진짜 범인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연, 위작 논란의 '유통 범인'을 잡아낼수 있을까?

 일단, '밝혀지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30여년 간 화랑을 운영한 화상이자 미술품 감정위원 중 한 명인 화랑주의 말이다. 그는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애를 써도 의견이 엇갈리는 작품을 확보하려고 해도 안 된다. 개인 것이니 강제적으로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유통시켰다는 화랑에서 "작가가 맞다고 했으면 맞는 것"이라고 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진행되는데 어떤 검증과정을 거쳐서 팔았느냐, 그건 본인 만이 아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짜는 보면 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서 이우환 작품 감정을 중단한 것은 "가짜같은 의심이 드니까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이우환 화백이 갤러리현대와 부산 공간화랑 신옥진 사장에게 위원회를 맡겨서 감정서를 발행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감정서는 "감정협회 뿐만 아니라 개인 회사에서도 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환 화백이 직접 감정을 하고 OK했다고도 했다.

 감정은 미묘한 문제다. "법적으로 번졌을 때는 이우환 화백이 OK했던 것도 의혹의 눈초리로 본다." 그는 여기에 '미스 포인트'가 있다고 했다. 초창기에는 이우환을 믿고 OK하면 비중을 실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감정서가 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논란이 인 후 100% 확신할 수 없는 일이 됐어요. 오죽하면 (협회에서) 감정을 안 했을까요?"

 그렇다면 작가도, 유통한 화랑도 진품이라고 하는데 위작 논란은 왜 나오는 것일까. 그는 "협회에서 중단되고서도 유통된 게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라며 "확신해도 그게 실체인지 아닌지 모르는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거론되는 화랑이 내가 이우환 그림을 많이 본 사람 중 한 명이고 이우환 화백도 맞다고 하는데 아니라는 근거가 어딨느냐. 이렇게 얘기하면 할말이 없는 것이죠. 설왕설래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이우환 화백은 '왜 모두 내 작품'이라고 했을까. 그는 "내 작품은 내 고유의 호흡으로 그리기에 모방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위작' 때문에 화백을 직접 만났다는 감정협회 위원은 " 2시간 동안 이화백과 이야기한 결과 '내 것은 위작이 없다'는 본인 확신에 차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이 말을 했을 땐 표정이 달라졌다고 했다. "여기서 발행한 감정서를 위조해서 똑같은 작품을 그려서 두 개의 가짜가 붙어 다니는걸 우리가 봤다."

 "한국에 있는 건 가짜가 없다"고 확신하던 이 화백은 "그렇다고 하면 내가 불란서 전시를 끝내고 위작을 잡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이 화백을 못 만났고, 결국 문제가 터졌다.

 그렇다면 가짜, 진짜를 구분할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위작은 진짜를 뛰어넘는다. '이우환 작품'을 감정했다는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이 팁을 제공했다. '세월'은 포장할 수 없어 구분이 된다는게 핵심이다.

 첫째, 시장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라인'과 '점으로부터'를 살펴보자.  20년 전 그림이니까 목재가 수축되어 있다. 나무가 새 것이고, 액자를 새로한 것도 의심해봐야 한다. '바람'과 '조응'은 따라 그리기가 어렵다.

 둘째, 특히 '라인'은 또 보고 또 보자. '수작'이라는 건 좋은 작품이다. 5~6년전만 해도 '라인'이 꺾여진 작품이 많았다. '라인'의 수작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촘촘히 있을 때가 정말 수작이다. 칸이 똑바르다. 그런데 요즘엔 본 라인은 자를 대고 그린 것처럼 똑같다. 그러니까 수작이 아니다.

 셋째, 사인을 보자. 작품 앞에 있는 사인과 뒤에 있는 사인이 다르다. 제작연도가 3~4년 차이 나는데 사인이 같다면 의심하자.

 넷째, 이우환의 20년 전 작품은 캔버스 흰색이 자연적으로 아이보리로 진화됐다. 그런데 그냥 아이보리 색이라면 의심해볼 만하다.

 하지만 이 또한 확신할 수 없다. 한 감정위원은 최근 겪은 일을 전했다. 이우환 작품을 의뢰받아 보니 거칠고 지저분하고 캔버스에는 박힌 새 것 같은 못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런데 감정을 해보니 진품이었다. "그 못은 우리 못이 아닌 일본 못이었다. 그래서 감정이 어렵다는 거다."

 위작 논란의 흐름이 어떻게 갈 지 난맥상이다. 실체적 진실을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이제 작가가 나서야 할 때다". 그 감정위원이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은 충격적이다.

 "이우환만 문제가 아니다. 김종학도 터져 나오기 직전이다. 미술시장 더 망가진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