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유근택 "팬데믹 시대 감내했던 시간의 피부 들춰냈죠"

등록 2021-02-22 15: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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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국화가 유근택.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2021.2.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회적, 정치적인 격변의 시기, 특히 세계적인 팬데믹을 거치면서 내가 혹은 우리가 감내하고 있었던 시간과 공간을 이번 전시에 담고자 했다."

한국화가 유근택 성신여대 교수가 '시간의 피부, Layered Time' 개인전을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24일부터 펼친다.

인간의 삶이 감염병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처참한 현실, 초현실적인 현실을 마주한 작가의 또 다른 일상의 풍경을 담았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전무후무한 사회적, 정치적 격변의 상황, 즉 남북의 정치적 상황이나 코로나 펜데믹으로 국가 간의 이동이 막힌 초현실적인 경험이 녹아있다.

2020년 여름, 작가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레지던시에 참여한 시기에 코로나로 인해 출구 없는 절대적인 불안감을 경험했다.

"불가항력으로 엄습하는 불안함 속에서 집중의 대상을 찾게 되었고 한국에서 가져간 신문을 태우며 새로운 조형적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연일 놀라운 사건들로 얼룩진 신문이 타들어가는 것과 팬데믹의 상황이 오버랩 되는 다의적 코드와 신문이 타고 남은 재에서 이름 모를 뼈의 형상, 기괴한 형태의 사물 등 이전에 무심하게 본 풍경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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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어떤땅-뉴욕타임즈, 148X270cm ,Black Ink, White Powder and Tempera on Korean Paper,2.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2021.2.22. photo@newsis.com

그렇게 나온 '시간(The Time)'연작은 시계방향으로 타들어 가듯이 시간이 가진 절대적 운명성, 시간이 가진 극적인 순간의 연속성을 드러낸다.

유근택은 "작업의 시선을 안으로부터 좀 더 바깥으로 옮기면서 땅이라는 대상과 시간에 대한 키워드를 조금 더 이끌어내게 되었다"며 "이번 전시는 결국 우리가 감내하고 있는 시간들에 대한 단층들을 들춰냄으로서 시간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크게 '어떤 경계', '생.장', '아주 오랜 기다림 II' 연작으로 풍경, 인물, 정물 등 다양한 소재로, 사비나미술관 2~3층으로 나누어 회화 56점이 전시됐다.

‘생,장’ 연작은 우연히 낯설고 인적도 드문 해안가에 깔려 있는 보도블럭 사이로 거칠게 뻗은 잡초에서 시작되었다. 보도블럭이라는 억압된 제약조건을 해치고 나온 잡초의 강렬한 생명력에 깊은 인상을 받은 작가는 잡초가 가진 생명력과 보도블럭 격자 사이로 뚫고 나오는 에너지를 통해 인생과 삶에 대해 작가 자신을 투영한 이야기다.

‘어떤 경계’ 연작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개발지와 황무지에서 시작되었다. 개발을 위해 파괴되어 변화한 땅에서 작가는 ‘놀라움’과 ‘새로움’의 에너지를 발견한다. 어떤 경계와 땅에 작가는 최근 한반도에서 일어난 여러 정치, 사회적인 격변의 사건들을 풀어냈다.

작품 '아주 오랜 기다림 II' 연작은 끊임없이 시간을 감당하고 있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빨래걸이와 각종 오브제를 배경으로 보이는 철책은 오랜 시간동안 그 자리에 있는 남북의 분단 상황을 암시한다. 작가는 거실 빨래걸이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빨래에서 고야의 ‘전쟁의 참화’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 경험을 통해 시간을 견뎌내며 마모되거나 기형적인 낯선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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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아주 오랜 기다림2,207X182cm ,Black Ink, White Powder and Tempera on Korean Paper,2.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2021.2.22.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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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어떤만찬,204X295cm,Black Ink, White Powder and Tempera on Korean Paper,2019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2021.2.22. photo@newsis.com

한지에 수묵으로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2017년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물성을 극대화했던 작업방식에서 더 나아간 기법적 실험을 통해 작품에 섬세한 디테일을 더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6겹의 배접이 된 한지 위에 호분을 바르고 철솔로 드로잉 하는 과정에서 나무와 같은 딱딱한 물질로 긋기를 반복함과 동시에 그 위에 드로잉을 하여 한지의 독특한 요철 질감을 만들어낸다. 이는 일반적으로 한지에 스며드는 수묵이 아닌 거친 질감을 통해 화면의 또 다른 깊이를 더해준다. 전시는 4월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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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유근택, 생.장,205X223cm,Black Ink, White Powder and Tempera on Korean Paper,2020.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2021.2.22. photo@newsis.com
한국화가 유근택은 누구?
유근택은 1965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1991년 관훈미술관에서 40여m의 초 대형작 ‘유적 –토카타, 질주‘등을 포함한 대작들을 발표, 주목받았다. 1995년 동 대학원에 입학, 이시기에 관훈미술관 전관에서 6명의 개인전 성격의 전시인 '일상의 힘 체험이 옮겨질 때'전을 기획하여 동양미술에 있어서의 일상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유근택은 30년 동안 화업을 이어오면서 현실에 이어진 동양화를 담고자 노력해왔다. 지필묵 이외의 재료를 선택하며 동양화의 관념성과 정신성의 영역에 시공간의 현실성을 이식할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왔다. 자신과 관계 맺은 체험적 깨우침을  통해 '일상' 속 '지금', '여기'라는 주제에 매진 '동양화의 현대화'라는 해묵은 과제를 푼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OCI미술관 초대전 '끝없는 내일'전 新'산수연작, 2017년 갤러리현대 '어떤 산책'등 20여회 전을 개최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시대를 보는 눈', 싱가포르 파크뷰 미술관(싱가포르) , 니가타 반다이지마구 해안가(일본 니가타) 등 주요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고 2016년 일본 타마미술관에서 '소환되는 회화의 전량'이라는 타이틀로 대규모 전시를 개최했다.

작품은 타마미술관, 챙두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리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2000년 석남미술상, 2003년 오늘의 젊은 미술가상, 2009년 하종현미술상, 2017년 광주화루 작가상을 수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