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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아트클럽]'한지 향불' 화가 김민정, 결국 한국여자…24년만의 금의환향

등록 2015-11-06 10:03:54  |  수정 2017-11-14 11: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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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늘 궁금했다.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행 비행기에 올랐다. "보따리에 종이를 둘둘 말아 넣어갔지요."

 24년 전 한국을 떠나 이탈리아에 살며 '한지 향불화가'로 돌아온 김민정(52)이다. "르네상스가 꽃피웠던 이태리가 궁금했는데, 결국 저는 한국 여자더라고요."

 hyun@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늘 궁금했다.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행 비행기에 올랐다. "보따리에 종이를 둘둘 말아 넣어갔지요."

 24년 전 한국을 떠나 이탈리아에 살며 '한지 향불화가'로 돌아온 김민정(52)이다. "르네상스가 꽃피웠던 이태리가 궁금했는데, 결국 저는 한국 여자더라고요."

 서양화가 시작된 본토에서 유학했지만 그녀의 작업은 한국적이기 그지 없다. 한지에 향불로 태워 구멍을 낸 작품이다. 색지를 여러 겹 이어붙이고 오려붙인 작업은 '한지 단색화'로 보일 정도다.

 작품 '도배(DOBAE)'는 말 그대로 캔버스에 도배한 것 이다. 향불로 뽕뽕뽕 구멍을 내 한지를 동그랗게 오려 점점점 이어붙였다. 불에 그을린 종이의 가장자리는 먹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갈색 음영을 발산하며 공간을 확장한다.

 "정서적으로 슬플 때 한 작업이에요. 왜, 도배를 하면 새집에 이사 온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한지를 오려붙여나가면 머릿속이 비워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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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늘 궁금했다.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행 비행기에 올랐다. "보따리에 종이를 둘둘 말아 넣어갔지요."

 24년 전 한국을 떠나 이탈리아에 살며 '한지 향불화가'로 돌아온 김민정(52)이다. "르네상스가 꽃피웠던 이태리가 궁금했는데, 결국 저는 한국 여자더라고요."

 hyun@newsis.com
 
 

 
이방인은 이방인이다. 떠나온 곳에도, 머무는 곳에도 속해지지 않는다. 그리움만 더 멍울진다. "그 사람도 내 생각을 할까,등등 보고싶은게 많았어요."

 한지 향불 작업은 그리움을 태워나갔다. 또 그리움을 더 각인시키기도 했다.도배 작업에는 시골 어머니와 이웃과 친지 할머니들의 인상이 담겼다. "10년 전이었어요. 우연히 서랍 정리를 하다가 향불로 구멍을 뚫은 한지를 뭉텅이로 발견했죠. 제가 부탁한 것이었는데 잊어버리고 살았던 거죠."

 '아, 이거다'하고 한지를 오려서 붙이다보니 할머니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꼼꼼한 할머니 것은 구멍이 촘촘히 박혔고, 말이 급한 할머니 것은 구멍이 듬성듬성 크게 뚫려있다. 어머니가 모아준 한지들을 캔버스에 붙인 '도배' 작품은 색도 없고 기교도 없지만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엄숙한 느낌을 자아낸다.

 예향 광주 출신인 그녀는 8세 때부터 서예를 배웠고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한지 애착'이 있다. "한지를 만지면 살결같아요." 이탈리아에 살면서 한지를 100㎏씩 한국에서 공수해왔다. "어딜 가도 한지를 둘둘 말아 다녀요. 제 작업은 향불만 있으면 되고, 어디서든 작업할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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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늘 궁금했다.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행 비행기에 올랐다. "보따리에 종이를 둘둘 말아 넣어갔지요."

 24년 전 한국을 떠나 이탈리아에 살며 '한지 향불화가'로 돌아온 김민정(52)이다. "르네상스가 꽃피웠던 이태리가 궁금했는데, 결국 저는 한국 여자더라고요."

 hyun@newsis.com
 
 

 
  반복의 반복, 무념무상으로 이끄는 작업은 스스로 치유가 됐다. 향불이 탈때 숨 조절이 되면서 명상으로 나아가게까지했다. 작게 태워진 구멍을 보다 크게 태워진 구멍으로 덮어가기를 거듭하는 작품은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다.  채움과 비움의 관계가 양가적이면서도 동시에 순환적일수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선 익숙한 재료와 기법이지만 인위적인 의도를 최소화하여 무(無)에 가까워진 작업은 유럽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그리스인 컬렉터가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서가 안정된다, 잠을 편하게 자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침대방에 걸었다고 했을 때 가장 기뻤어요."

 지난 5월 베니스에서 연 개인전에서는 작품이 솔드아웃, 화제를 모았다. "한국의 단색화가 인기를 끈 덕도 있어요. 단색화가들과 30여년의 차이는 있지만 끈질기게 해나가는 제 작업도 비슷한 것 같아요. '포스트 단색화'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5일 서울 OCI 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개막했다. 홍익대 회화과 80학번으로 동기인 한국화가 문봉선이 "이제 한국에서 전시해도 될 것 같다"며 주선했다. '결'을 주제로 갈색의 향불 작업에서 오방색이 화려한 콜라주 작품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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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 김민정 개인전
시작도 끝도 없는 카오스같은 세상, 한지와 먹을 놓지 않고 순환과 생성을 무한반복해온 그녀는 다시 처음으로 왔다. "작업할땐 몰라요, 왜 하는지도. 하지만 나이 50이 되어서야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동안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덴마크 코펜하겐 등 유럽 지역에서 활발하게 전시해왔지만 이번 전시는 어느 때보다 설렌다. 한국 데뷔전이다. "특별할 것 없는, 겨우 종이를 가지고 이제껏 저러고 있었나 질책하지 말고 '열심히 하고 있었구나'하고 봐주세요." 14일 오후 3시 미술관에서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열린다. 전시는 12월27일까지. 02-734-0440

 hyun@newsis.com